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프리티 더비' 이용자들이 게임 운영 방식에 반발해 29일 경기도 판교 일대에서 마차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공간에 머물던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운영 방식 등에 항의하기 위해 오프라인 쪽으로 나오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불매운동을 넘어, 트럭과 마차 같은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오프라인 항의 시위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30일 게임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전날 경기도 판교 일대에서 마차 시위를 진행했다. “무책임한 공지, 계속되는 유저기만, 방만운영, 소통해라”는 문구를 단 마차는 게임사들이 즐비한 판교 일대를 5시간 이상 활보했다.
마차시위 방식은 우마무스메 안 캐릭터들이 경주마를 모티브로 삼은 점에서 착안됐다. 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우마무스메는 캐릭터를 육성해 경주에 참여하는 스포츠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6월 말 국내에 출시해 흥행에 성공했다. 이용자들은 이날 카카오게임즈 쪽에 공식 사과 및 유저와 소통창구 마련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와 불매서약서를 전달했다.
이용자들은 국내 서버와 일본 서버의 차별을 문제삼아 시위에 나섰다. 게임 내에서 재화를 일본 서버보다 더 적게 제공하거나, 캐릭터를 뽑을 수 있는 게임 티켓의 유효기간을 일본 서버보다 짧게 해 이용자들의 과금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달 가까이 캐릭터를 육성해야 성과를 내는 ‘챔피언스 미팅’ 이벤트를 개최 3주 전에 공지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사흘 전에 공지해 이용자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이용자들은 23일 밤 게임 커뮤니티에서 30분만에 200여명에게 955만원의 모금을 받아 이날 마차 시위를 진행했다.
게이머들의 오프라인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2 M’ 이용자들은 인기 유튜버들에게 ‘뒷광고’를 한 의혹에 항의하는 뜻으로 이 달 초부터 판교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넥슨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트럭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게임업계에선 콘텐츠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이용자와 소통능력이 흥행의 주요 변수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게임사 관계자는 “예전 이용자들은 게임 커뮤니티에 비판 글을 남기거나 게임 이용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항의했지만, 요즘 젊은 이용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항의하거나 오프라인에 모여 집단 항의를 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며 “갈등을 줄이기 위해 게임 개발 단계부터 이용자 의견을 듣고, 게임 출시 이후엔 소통창구를 열어두는 방식으로 피드백을 받지만, 기술·경영 여건상 다양한 요구를 모두 반영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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