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심포지엄에 참여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2일 새벽 3시께(한국시각) 또 한번의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연속 3회 자이언트 스텝이다. 시장은 자이언트 스텝이냐 ‘1.0%포인트 인상’이냐뿐 아니라 이날 연준이 함께 발표할 미국경제 성장률 수정전망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행의 10월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재차 부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는 연 2.25~2.50%(한국 연 2.50%)다. 20일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미국 기준금리 예측 도구인 ‘페드워치’ 전망치(시장참여자들의 예측)를 보면 오는 22일 0.75%포인트를 인상할 것이라는 확률이 82.0%, 1.0%포인트 인상할 거라는 확률이 18.0%다. 연준은 지난 3월 코로나 이후 첫 금리 인상(0.25%포인트)과 5월 빅스텝에 이어 6월·7월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빠르고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파급되는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전세계 시장과 경제분석가들은 금리 예측뿐 아니라 올해와 내년 미국 실질 성장률에 이목을 더욱 집중하고 있다. 연준은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경제성장률과 물가 지표에 대한 수정전망치를 발표한다. 연준은 2022년과 2023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각각 4.0%, 2.2%로, 지난 3월 수정전망에서 각각 2.8%, 2.2%, 지난 6월에는 1.7%, 1.7%로 계속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은 전기 대비 연율환산치(전기대비 성장률이 향후 4분기 내내 이어진다는 가정)로 -0.6%로 지난 1분기(연율 -1.6%)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15일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성장률 예측모델인 ‘지디피나우’(GDPNow)는 미국의 이번 3분기 성장률(전기 대비 연율환산치)을 0.5%로 예측했다. 미국 경제는 개념상 기술적 경기침체(2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에 빠져 있지만, 올해 연간 성장률로는 플러스 성장을 간신히 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상품 수입시장이어서, 한국 경제도 미국 성장률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한국의 올해 상반기 총수출액 대비 미국시장 비중은 15.7%다.
미국의 8월 물가지표가 전달에 견줘 소비자물가지수는 다소 둔화했음에도 근원물가(에너지·식료품 가격 제외)는 상승하는 등 혼돈을 보이고 있듯, 성장 예측치도 크게 엇갈리면서 ‘예측불가’ 영역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5~16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성장률을 올해 각각 1.7%, 0.0%로, 내년 성장율은 0.5%, 1.1%로 제시했다. 올해가 석달남짓 남았는데도 예측치가 1.7%포인트나 벌어져 있다. 올해 제로 성장을 하고, 그 기저효과로 내년에는 1%대 성장을 할지, 올해 1%대 성장을 하고 내년에는 0%대 성장을 할지 불확실성으로 가득차 있는 셈이다. 시장이 22일 연준의 수정 성장률 전망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까닭이다.
페드워치는 불과 1주일 전인 지난 13일에 오는 22일 기준금리 1.0%포인트 인상 확률을 31.0%까지 내다본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10월12일, 11월24일) 때 또 한 번의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26일 이창용 총재가 외신 인터뷰에서 “한은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 연준으로부터는 그렇지 않다”고 여러차례 말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이 총재는 5월·7월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때는 “한국과 미국의 내외 금리 차이나 그 숫자 자체에 매달리고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이 ‘독립’ 발언을 두고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시작했지만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시장에서는 빅스텝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날 한은 금통위 내부에서는 “이 총재가 기존에 ‘0.25%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예정’이라고 말한 건 연준 통화정책이나 인플레이션 지표 등 여러 조건 하에 그럴 것이라고 한 것이다. 조건부로 말했다는 점을 시장이 명확하게 이해하고 받아줬으면 한다”는 말이 나왔다. 빅스텝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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