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앞으로 수출이 빠르게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경상수지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재차 제언했다.
한은 조사국은 19일 발간한 이슈노트 ‘향후 수출 여건 점검 및 경상수지 평가’에서 주요국 경기의 동반 부진과 반도체 경기 둔화, 세계 경제 분절화 등 3가지를 한국 수출의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향후 우리 수출은 빠르게 둔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일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경기가 함께 위축되고 있다고 짚었다. 향후 1년간(2022년 3분기~2023년 3분기)이들 경제의 성장률은 금융위기 때보다는 높지만, 2012∼2013년 유럽 재정위기와 2014∼2016년 중국 성장 둔화 때보다는 크게 낮을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 한국의 통관수출은 연평균 0.4% 늘었으며, 중국 성장둔화 당시에는 3.9% 줄었다.
특히 중국의 영향이 크다. 2010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중국의 분기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감률(전년 동기 대비)과 해당 분기의 한국 수출 물량 간의 상관계수는 0.4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관계수가 1이면 두 변수가 완전히 같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미국과의 상관계수는 0.37, 유럽은 0.39였다.
반도체 경기의 둔화는 예상보다 가파른 추세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특수가 약화한 데다 주요국의 성장세 둔화가 겹치면서 반도체 수요 기업들의 투자 조정도 선제적으로 이뤄진 탓이다. 통관 기준으로 한국의 일평균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 8월에 감소세로 전환한 바 있다.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등으로 촉발된 경제 분절화도 우려 요인이다. 최근에는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생산장비 등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도 강화한 바 있다. 한은은 “이에 따른 영향을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없으나, 중기 시계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현지 생산과 판매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수요관리 대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고 단기간에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기도 힘든 만큼, 수입 쪽을 관리해야 경상수지 악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은은 최근 들어 경상수지 개선을 위한 대책을 계속해서 주문하고 있다. 이달 초에도 한국 경상수지가 에너지 가격의 움직임에 취약한 만큼 “우리 경제 에너지 수급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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