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세계경제와 주요국의 성장 경로를 조금씩 상향 조정하는 반면에,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해서는 여전히 1%대 초반의 어두운 전망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제금융센터가 종합한 외국계 투자은행 9곳의 세계경제 및 주요국 경제 전망 통계를 보면, 2월 말 기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로 지난해 연말 제시한 수치가 바뀌지 않았다. 반면에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연말(평균 2.1%)과 비교해 0.3%포인트나 높아진 2.4%로 집계됐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는 9곳 가운데 4곳(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씨티·에이치에스비씨(HSBC)·크레디트스위스)이 소폭 하향 조정한 가운데 -1.3% 역성장을 전망했던 노무라증권이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친 상향 조정 끝에 2월 말 기준 -0.4로 수정했다.
노무라는 한국의 주택가격 하락과 가계의 금융여건 악화로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제조업 생산과 투자 활력의 기반인 수출마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0.7%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 씨티은행도 자산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대, 고물가로 인한 실질 임금상승률 마이너스 전환 등의 이유로 민간소비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과 달리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투자은행들이 상향 조정한 이유는 미국과 유로존 국가의 실물경기 호전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때문이다. 2월 말 기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전달과 비교해 0.4%포인트 높아진 1.2%로 집계됐다.주요 투자은행 예측으로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웃돌게 된 셈이다. 제이피모건은 소비와 고용을 중심으로 미국의 경기 반등 모멘텀이 예상보다 강화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상향 조정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유로존 국가도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완만하다는 지표 등이 고려돼 평균 성장률 전망치가 한달 만에 0.3%에서 0.5%로 높아졌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에 대한 투자은행들의 평균 전망치도 5.2%에서 5.4%로, 0.2%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골드만삭스는 제조업과 서비스 경기의 회복세가 뚜렷하고, 소비 진작과 부동산시장 안정화 등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 강화를 조정 배경으로 설명했다. 한편, 중국의 리오프닝 수혜가 기대되는 아시아권 경제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곳은 홍콩과 함께 싱가포르·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시아 등 4개국이다. 관광객 유입 확대와 수출 수요 증대가 상향 조정의 근거이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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