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맥도날드 가맹점주들 “대 이어 사업 가능하다더니 배신”

점주 “매각 위해 매출 높은 점포 직영 전환하려는 것”
본사 “계약 기간 종료됐고, 본사 평가 기준 미달한 탓”

한국맥도날드는 최근 천안두정역 드라이브 스루 매장(직영점)이 문을 열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한국맥도날드가 계약기간 만료가 임박한 점주들을 상대로 잇달아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주들은 “대를 잇는 장기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본사 말을 믿고 여러 개의 점포를 운영해왔다”며 “햄버거병 논란과 코로나19 사태 등 매출 급감기에도 재계약을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본사의 불합리한 정책에도 협조했는데 배신을 당했다”고 비판한다. 점주들은 매각을 진행 중인 한국맥도날드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매출이 높은 점포를 직영점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한국맥도날드 가맹점주 3명은 본사를 상대로 ‘가맹계약 갱신 거절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글로벌 본사가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는 계약 기간을 20년으로 하고 있음에도 한국만 유독 10년으로 계약 기간이 짧고, 계약 갱신 거절 사유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맥도날드의 가맹점 계약 방식은 다른 프랜차이즈와는 좀 다르다. 명목상 가맹금은 2만2500달러지만, 매장에 관한 10년간의 영업권 및 시설에 대한 양도 대가로 수억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또 브랜드 사용료로 매출의 5%, 전대차 임대료로 매출의 17%를 낸다. 투자 금액이 적지 않지만, 본사는 “맥도날드는 망하지 않는 브랜드기 때문에 다점포를 운영하는 것이 좋다”고 점주들에게 추천한다. 점주 김아무개씨는 “보통 2개 이상 운영하는 점주들이 많고, 이 때문에 온 가족 이름으로 대출을 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주들이 본사의 계약 연장 약속을 믿은 것은 예상치 못한 매출 급감을 겪은 기간이 긴 탓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아이가 덜 익은 햄버거를 먹은 뒤 용혈성 요독 증후군에 걸려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부모로부터 2017년 고소를 당한 일명 ‘햄버거병 파동’으로 불매운동에 직면한 바 있다. 이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또다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점주 여아무개씨는 “햄버거병 사태는 본사 직영점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점주들은 본사에 항의하기는커녕 점주가 100% 부담하는 ‘1+1행사’를 벌이는 등 본사 정책에 최선을 다해 협조했다”며 “매출이 40% 이하로 곤두박질쳤지만, 당시 본사는 ‘재계약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보라’며 점주들을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점주들은 계약 갱신 거절 사유도 납득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또 다른 점주 정아무개씨는 “본사는 1년마다 실시하는 오너 리뷰(평가)를 계약 연장 거부 사유로 드는데, 한국맥도날드 매각 협상 이후에는 변동이 없는 재정 등의 항목에서도 기준 미달 점수를 받기 시작했다”며 “매장을 추가로 열 때는 (미달) 점수를 올려주는 등 ‘꼼수’로 다점포 계약을 유도한 본사가 이제 와서는 이를 근거로 계약 해지를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본사의 이런 행태는 2016년 정해진 매각 방침 탓이라고 의심한다. 매장당 수억원에서 십억원대에 이르는 ‘10년 매장 영업권’이 돈이 되기에 몸값을 높이려면 가맹점보단 매출 상위 직영점이 많아야 협상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점주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던 매장의 매출이 첫 계약 당시보다 크게 늘었으며, 전국 최상위권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한국맥도날드는 2018년 127개였던 가맹점을 지금은 76개까지 줄였고, 줄인 가맹점은 모두 직영으로 전환했다. 현재 전국 400여개 매장 중 직영점 비율이 80%에 달한다. 앞서 한국맥도날드는 씨제이(CJ)그룹, 매일유업, 동원산업 등과 매각협상을 벌였지만, 모두 불발된 바 있다.

한국맥도날드 쪽은 <한겨레>에 “가맹사업법이 보장하는 계약 갱신 요구권은 10년이며, 이들 매장은 매년 하는 오너 리뷰에서 수차례 기준에 미달해 재계약이 안 된 것이다. 올해 재계약이 된 점주도 5명이 있다. 이들 매장은 원래 직영점에서 가맹점으로 전환했던 매장으로, 본래대로 복귀시키려는 것뿐 매각과는 상관 없다”고 밝혔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글로벌 맥도날드가 20년 계약을 기본으로 하는 것에 견줘 한국만 계약기간이 10년인 것은 이례적”이라며 “가맹사업법상 보장된 10년은 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데, 한국맥도날드는 이 조항을 계약 해지의 근거로 삼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도 ‘장기 점포의 안정적 계약갱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0년 이상 장기 점포 운영자의 계약 갱신을 허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