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된 아기욕조 구매 피해자인 법무법인 대륙아주 이승익 변호사(오른쪽)가 2021년 2월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를 상대로 한 형사고소장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준치의 600배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아기 욕조를 안전한 제품으로 거짓 광고해 판매한 업체들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작성한 의결서를 보면, 공정위는 환경호르몬이 초과 검출된 아기 욕조를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 제품으로 광고한 대현화학공업과 기현산업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제조사 법인과 대표는 이미 지난 4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과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인데, 다시 한 번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가 고발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이 적용된다.
이들 업체는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환경호르몬(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이 안전 기준치의 612.5배 초과 검출된 아기 욕조를 안전한 제품이라고 광고해 판매했다. 이 제품은 다이소에서 ‘물 빠짐 아기 욕조’라는 상품명으로 5천원에 판매됐고, 네이버·쿠팡 등 오픈마켓에서도 유통됐다. 이 기간 약 8만개가 팔렸다.
욕조의 ‘배수구 마개’에서 환경호르몬이 초과 검출됐다. 이들 업체는 2019년 7월부터 다이소 납품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다이소의 요구에 따라 배수구 마개를 친환경 폴리염화비닐(PVC)로 제조했고, 안전 기준에 적합하다는 내용의 시험성적서도 제공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부터 친환경 피브이시 수급난을 겪자 일반 피브이시를 사용해 배수구 마개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결국 2020년 12월 국가기술표준원이 해당 욕조에 대해 기준치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리콜 명령을 내리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피해자 약 3천명이 2021년 2월 이들 업체와 대표를 경찰에 고소하고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공정위는 고발과 별도로 대현화학공업에 200만원, 기현산업에 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련 매출의 1.5% 부과 기준율을 적용해 과징금액을 산출한 뒤 추가로 10%를 깎아줬다. 환불 조치 등 소비자 보상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이유다. 대현화학공업과 기현산업이 이 제품을 판매해 올린 매출은 각각 2억460만원, 2억5194만원이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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