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시운전 차량이 21일 서울 강남 수서역에서 경기도 동탄역으로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새벽 1시 서울 강남 수서역 6번 승강장. 평소에는 고속열차 에스알티(SRT)의 시종착 승강장이지만, 이날엔 한눈에 봐도 새 것인 열차가 환한 불을 밝히고 대기 중이었다. 내년 4월 개통을 앞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에이(A) 노선 열차다. 총 8량으로 구성된 푸른빛의 열차는 이날 수서역과 동탄역 사이 약 28㎞를 왕복 2차례 오갈 준비를 막 마쳤다. 출발 안내 방송이 울리자 폭 1.3m의 널찍한 차량 문이 매끄럽게 닫힌다.
국가철도공단과 현대로템은 지난달 27일부터 지티엑스 에이 2단계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시운전에 투입된 차량은 지난해 말 출고된 초도 차량이다. 앞서 오송 시험선로에서 5천㎞의 예비주행시험을 완료했고 뒤이어 중부내륙선에서 1단계 시운전도 무사히 마쳤다. 최근 진행 중인 2단계 시운전은 수서∼동탄 구간에서 주 1회씩 총 4차례 이루어진다. 에스알티 운행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이날처럼 자정을 넘긴 심야 시간에 시운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21일 시운전에 투입된 GTX-A 열차 좌석 모습. 연합뉴스
본격적인 시운전이 시작된 새벽 1시20분, 열차가 캄캄한 터널 속으로 시원하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날 시험은 자동 열차 제어 장치(ATC·Automatic Train Control system) 성능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표. 지티엑스 에이 열차는 최고 시속 170㎞로 달리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 최고 속도를 넘어서 시속 180㎞에 이르면 자동으로 제동이 걸려 속도가 낮아진다. 최고 속도 시속 170㎞는 수도권 전동 열차 최고 속도(시속 80∼100㎞)의 2배가량이고, 새마을호 최고 속도(시속 150㎞)와 인천공항 급행열차 최고 속도(시속 160㎞) 보다 빠르다.
이날 취재진이 탑승한 차량은 승강장을 빠져나오고 약 6분 만에 시속 170㎞ 도달했다. ‘마스콘 핸들’(가속도 조종장치)을 오른손으로 움켜 쥔 기관사의 시선은 헤드라이트로 비춰진 터널에 단단히 고정돼 있다. 이원상 현대로템 상무는 “터널은 지상보다 주행저항이 큰 곳이지만 지티엑스 차량은 동력분산식이라 빠르게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력분산식이란 맨앞 기관사 차량뿐 아니라 뒤쪽 승객들이 타는 차량에도 동력원이 장착된 열차를 일컫는다. 지티엑스 에이의 경우 8량 중에 4량에 동력원이 장착돼 있어 108초 만에 시속 180㎞에 이를 수 있다. 현대로템이 만든 또다른 동력분산식 열차인 EMU-320보다도 가속·감속 능력이 탁월하다.
열차 차량마다 가득 실린 무게 1.5톤의 대형 파란색 물통도 취재진의 눈길을 끌었다. 혼잡도 100% 만차 상황을 가정한 시운전을 위해 실은 물통이라고 한다. 수도권 시민들의 출퇴근 발이 되어줄 지티엑스는 최대 1062명이 탈 수 있다. 한 현대로템 관계자는 “한 사람당 70㎏이라고 가정하고 총 74톤이 넘는 물통을 실었다”며 “시운전 차량에 물통을 싣고 내리는 데만 수천만원이 쓰인다”고 말했다.
GTX-A 시운전 차량 기관사가 마스콘 핸들을 손에 쥐고 열차 속도를 제어하고 있다. 최하얀 기자
21일 시운전에 투입된 GTX-A 열차 모습. 최하얀 기자
열차는 28㎞ 거리를 무정차로 달려 약 20분 만에 동탄역에 도착했다. 두 번의 절연 구간에서 시속 130㎞로 속도를 낮추는 등 일부 구간 감속을 제외하면 대체로 최고속도로 운행됐다. 그러나 동탄역 근처에서 한차례 몸이 ‘흔들’한 경우를 제외하면 서 있는 것에 별다른 지장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느낌이었다. 지티엑스는 일반 전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롱시트’의 입석형 차량인 만큼, 안정적인 승차감이 필수적이다. 현대로템은 시운전 기준 거리 1만㎞의 3배 이상 거리를 시운전해 안전한 운행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지티엑스 에이 노선은 내년 4월 수서∼동탄 구간이 먼저 개통된다. 하반기에 경기도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이 운영을 시작하고, 서울시가 위탁 받아 건설 중인 삼성역 정거장이 2028년 완공되면 전 구간(운정∼동탄)이 개통된다. 이를 위해 오는 12월부터는 지티엑스 전용 승강장(수서·성남·용인역 승강장)에 서고 출발하는 것을 포함한 3단계 시운전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곡-연신내 구간에 창릉역이 추가 건설된다. 그래픽은 2018년말 당시 한겨레 자료사진.
이날 시운전 시승에 함께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속 170㎞ 구간에서 “지하철이 빨리 달리는 느낌일 뿐 특별히 불편하거나 평상시 느낌을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승차감이 생각보다 잘 갖춰진 것 같아서 우선 마음은 놓이지만, 전문가들이 시운전 동안 깐깐하게 점검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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