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김재섭 기자의 @어바인 통신
‘윈도엑스피’의 뒤를 이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컴퓨터(PC) 운영체제 ‘윈도비스타’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애초 예정됐던 기능의 축소에 이어 발표 일정도 자꾸 미뤄지고 있다. 엠에스는 최근 올해로 예정됐던 윈도비스타 발표를 다시 내년 1월로 미루고, 개발 책임자를 교체했다.
윈도비스타는 정보기술(IT)의 흐름과 피시 시장 활성화를 주도할 가장 큰 이벤트꺼리로 꼽힌다. 세계 정보기술 업계와 피시 사용자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휴렛패커드와 델 등 세계적인 피시 공급업체들은 윈도비스타 발표를 최대 호재꺼리로 삼아 올 매출 목표를 크게 올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엠에스의 윈도비스타 발표 연기로 이를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윈도비스타를 기다리던 사용자들도 허탈해 하는 모습이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들의 화풀이성 글이 쏟아지고 있다. 구글과 애플컴퓨터의 공격적인 모습과 비교하며 ‘엠에스가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엠에스는 개인용컴퓨터 제조업체와 사용자들에게 책임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까지 다양한 내용이 오르고 있다. 엠에스가 주주, 협력업체, 사용자를 모두 배반했다는 비난도 있다. 기능 축소와 발표 일정 연기가 또 다시 있을 수도 있다며 윈도비스타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발표될지 더욱 불확실해졌다고 투덜대는 글도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시간이 지나면서 엠에스의 윈도비스타 발표 연기 결정에 박수를 보내는 글도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 이미지 훼손을 예상하면서도 좀더 완벽한 상태로 내놓기 위해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면 칭찬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안정성이 떨어지는 상태로 내놔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그동안 얼마나 엠에스를 욕해왔냐”며 “패치파일이 필요없는 소프트웨어를 내놓을 수 있도록 엠에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엠에스의 결정을 비난하는 쪽과 옹호하는 쪽이 논쟁하는 모습도 보인다.
옹호론자들의 지적대로 엠에스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발표를 연기했다면 박수를 보내는 게 옳다. 더욱이 지금은 구글, 애플컴퓨터, 오픈소스 진영 등 경쟁자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것처럼 높은 때다. 경쟁업체보다 빠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개발을 끝내지도 못했으면서 발표부터 하고 국내 사용자들을 안정성 시험 대상자(필드테스터)로 취급하는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및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배웠으면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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