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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세계적 기업들 한국시장선 ‘진땀’

등록 2006-04-14 18:14

베스트푸드·까르푸 철수…애플·노키아·야후 힘못써
소비자 트렌드 못읽고 의사결정 느려 토착화 실패
“생각처럼 잘 안되네.”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거나 토종 기업들에 밀려 진땀을 빼는 외국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월마트에 이어 세계 2위의 거대 유통업체인 까르푸는 한국 시장에 뛰어든 지 10년 만에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까르푸가 현지화에 실패해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토종 할인점들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재빨리 간파하고 신선식품 비중을 높이거나 편의시설을 늘리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반면 까르푸는 변화에 둔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초창기 외국 시장에서 성공한 방식을 그대로 들여와 자신들의 영업방식을 고집하려 했던 것이 패착을 부른 셈이다. 한국 법인의 결정권이 많지 않고 일일이 본사와 협의하는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도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의 강자인 애플이 한국 시장에서 제대로 힘을 못쓰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애플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50%에 이르지만 한국에선 5% 정도에 그치고 있다. 레인콤과 코원 등 국내 중소업체들이 시장을 15~30%씩 차지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코원의 원윤식 전략기획실 팀장은 “국내 업체들이 듣고 싶은 음악을 손쉽게 다운로드 받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제품을 내놓는데 반해 애플은 접근성에서 밀려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도 최근 수입차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에게 가장 파고들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3%대에 머물고 있는 수입차 점유율은 자국 차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일본(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패한 외국 기업들은 ‘한국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안이한 대응으로 화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 세계 최대의 식품회사인 네슬레는 지난 2004년 모유를 중시하는 한국 어머니들의 마음을 읽지 못해 분유와 이유식 시장에서 세레락 사업을 접었다. 마요네즈 브랜드인 베스트푸드도 오뚜기의 필사적인 시장 사수 노력에 밀려 결국 한국 진출 15년만인 1996년 물러났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버티고 있는 가전시장의 텃세는 더 두텁다. 세계 1위의 휴대전화 업체인 노키아도 국내에서만큼은 맥을 못추고, 필립스와 같은 기업도 전동칫솔이나 전기면도기 등 극히 일부의 소형가전 품목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비엠과 휴렛패커드는 한국인 경영진이 주요 의사 결정권을 쥐고 뿌리를 내린 반면, 그렇지 못한 인터넷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에서 인터넷 포털 1위를 달리는 야후는 한국에서 3~4위권을 지키기에도 벅찬 모습이다. 정보기술(IT) 업체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은 의사소통 구조가 매트릭스 형이라 본사와의 보고 라인이 복잡하다”며 “한국에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생존을 좌우하는데,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쉽다”고 말했다.

소비재 분야에서도 한국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한 외국 제품은 도태되지만, 제품의 내실을 갖추고 꼼꼼한 사후 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을 탄 업체들은 살아남는다. 맥도날드와 코카콜라는 웰빙 열풍에 고전하는 반면, 바디샵이나 테팔 같은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선전하고 있다.

홍대선 서수민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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