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 베이징 제2공장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2박3일간 출국했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오르고 있다. 인천공항/사진공동취재단
“회삿돈으로 부당이득” 강제추징 들먹
“수사 영향없다” 강조속 고민 적잖을듯
“수사 영향없다” 강조속 고민 적잖을듯
정회장 부자 글로비스 보유주 전량출연
현대차그룹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주식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수사에 새 변수로 떠올랐다. 현대차의 갑작스런 발표가 정 회장 부자의 형사처벌 수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검찰의 반응은 무척 싸늘하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글로비스의 원래 자본금이 얼마였죠? (정 회장 부자의) 첫 출자액은 얼마였죠?”라고 물으며 “자본금과 출자액 등을 잘 따져보면 1조원의 의미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액수에 현혹되지 말라는 얘기다. 채 기획관은 이어 “1조원 기부가 아니라 ‘정 회장 부자 소유의 글로비스 주식 사회 기부’라고 표현해야 한다”며 “주식가치는 변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검찰은 현대차의 이날 발표를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 부자가 100% 출자해 2001년 글로비스(옛 한국로지텍)를 세웠을 때 출자금은 25억300만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검찰은 지적하고 있다. 검찰은 정 회장 부자가 글로비스를 세운 뒤 그룹 계열사의 운송 물량을 전폭적으로 몰아줬고, 이에 따라 주식값도 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편법 승계 과정에서 부당하게 얻은 이익이기 때문에 순수한 의미의 ‘기부’와는 거리가 멀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수사 결과 범죄행위로 결론나면 법에 따라 환수할 수 있는 주식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또 정 회장 부자의 기부액수를 현재의 주식값인 1조원으로 평가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주주인 정 회장 부자가 주식을 내놓으면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도 시들해지고, 결국 글로비스의 주식값도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글로비스의 주가가 전날보다 크게 떨어져 정 회장 부자 주식의 시가총액은 약 8천억원을 밑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검찰은 특히 현대차의 발표가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소환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나온 점을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검찰 수뇌부 역시 현대차의 발표에 대해 “수사를 망치려고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 기획관은 “현대차그룹의 사회 기부와 수사는 무관하다. 형사처벌 수위에도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밝혀온 것처럼 ‘법과 원칙’에 따라 정 회장 부자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검찰로서는 정 회장 부자의 범죄 혐의가 드러났는데도 이를 미적지근하게 처리할 경우 ‘주식 기부’의 영향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로 선회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될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비리 혐의를 받던 재벌 총수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사회공헌 계획을 발표하는 등으로 구속을 면했던 전례가 많아 검찰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볼 일이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증여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그룹이 8천억원을 사회공헌기금으로 내겠다고 한 전례도 있어 검찰의 고민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그러나 비리 혐의를 받던 재벌 총수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사회공헌 계획을 발표하는 등으로 구속을 면했던 전례가 많아 검찰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볼 일이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증여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그룹이 8천억원을 사회공헌기금으로 내겠다고 한 전례도 있어 검찰의 고민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