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지향 소비자 취향 못맞춰”
신세계, 지분 8천250억원에 인수
신세계, 지분 8천250억원에 인수
세계적인 유통 공룡 월마트가 8년 만에 한국에서 철수한다.
신세계와 월마트코리아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신세계가 월마트코리아 지분 전량을 82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월마트 매장 16곳은 곧 이마트로 간판을 바꿔달게 됐으며, 이마트는 국내 매장이 79곳에서 95곳으로 늘어 할인점 업계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신세계는 월마트를 별도 법인으로 남겨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종업원 3500여명의 고용을 100% 승계하는 한편, 급여와 복리후생 제도를 신세계에 점진적으로 맞춰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유통업체의 한국 철수는 최근 이랜드에 인수된 까르푸에 이어 두번째다. 이로써 외국계 할인점은 홈플러스만 남아 시장 판도가 국내 업체들 위주로 재편되게 됐다. 할인점 업계에서는 까르푸와 월마트 철수를 두고 “창고형 매장을 고수하는 등 전반적인 매장 운영 방식이 고급화를 지향하는 한국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월마트는 1998년 한국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 아래 한국마크로를 인수하면서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진출했다. 그러나 지난 8년 동안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영업 부진을 거듭한 끝에 철수하게 됐다. 브랫 빅스 월마트 본사 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은 “한국 시장의 환경상 월마트가 지향하는 수준의 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철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98년 한국 진출 이후 2000~2003년 매년 70억~140억원의 이익을 올렸지만 2004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04년 36억원, 2005년 9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자체가 줄어드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월마트는 지난해 7287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점포당 매출이 455억원에 불과해 이마트(1025억원) 등 할인점 다섯 곳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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