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군·구별 심사 방침
월마트와 점포 10곳 넘게 겹쳐
월마트와 점포 10곳 넘게 겹쳐
월마트를 전격 인수한 신세계 이마트가 향후 예정된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뜻밖의 복병을 만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할인점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전국 점유율’과 함께 ‘지역별 점유율’의 변화를 주요하게 따질 방침이어서 점포가 겹치는 일부 지역에서 합병이 불발에 그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23일 “소비자군이 지역별로 나뉘는 할인점의 특성상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심사는 전국 점유율보다 지역 점유율의 변화를 좀더 따질 필요가 있다”며 “이는 부산지역 할인점 업계의 구도가 바뀌더라도 멀리 떨어진 서울 사람들과는 별 관련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인수·합병 뒤 전국 단위 점유율이 공정거래법상 기준에 벗어나지 않더라도 개별 지역의 점유율이 기준을 넘어서면 해당 지역에 국한해 인수·합병이 불가능하게 된다. 현행 규정은 기업결합으로 해당 업체 1곳의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1~3위 업체의 점유율 합이 75%를 넘으면 기업결합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역의 개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도 단위보다 세분화될 것”이라고 말해, 시군구별 점유율 심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국 79개 점포로 업계 1위인 이마트의 경우 월마트와 시군구 소재지가 같은 중복 점포가 많아 자칫 일부 지역에서 합병에 낭패를 볼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월마트 16개 점포 가운데 10~11곳의 소재지가 이마트 점포와 겹친다. 특히 월마트 남부점이 있는 경기 용인시의 경우 이마트 수지·죽전·용인점 등 3개 점포가 중복되고, 경기 고양시에서는 월마트 일산·화정점이 이마트 일산점과 겹친다. 이밖에 경기 부천시와 안양시, 대전시 서구, 서울 강남구, 대구 수성·달서구 등에서도 두 업체의 점포가 중복된다. 또 인천의 경우 월마트 계양점과 이마트 부평점이 각각 계양구와 북구로 나뉘지만, 서로 2㎞ 이내여서 사실상 중복 점포다.
이에 견줘 까르푸 32개 매장을 인수한 이랜드쪽은 기존 할인점인 킴스클럽 등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시군구별 심사를 거치더라도 기준에 저촉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공정위의 요청으로 전국 규모 매출은 물론 지역별 매장 자료까지 제출했다”며 “기존 매장의 규모가 크지 않아 지역별 심사를 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전국 점유율 기준으로 기업결합 승인이 무난할 것으로 안심해온 신세계쪽은 이런 공정위 방침에 반발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2일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월마트를 인수해도 대형 5개 할인점을 기준으로 이마트의 점유율이 30%대에 머물고, 1~3위의 점유율 합도 75%에 못미친다”며 “공정위 심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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