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량 제한 등 정부 의지 부족
세제 혜택 없어 시장성 불투명
세제 혜택 없어 시장성 불투명
7월1일부터 주유소에서 바이오디젤(BD) 판매가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석유대체연료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보급되는 바이오연료의 양이 지나치게 미미하고, 품질보증의 책임소재를 놓고 업체들끼리 이견을 보여 시행 첫단계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화석연료의 고갈과 치솟는 국제유가, 날로 심각해지는 대기오염 문제 등으로 바이오연료의 개발과 보급은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정부나 기업 모두 이런 인식을 하고 있지만, 정작 실행단계에서는 ‘손해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국내 바이오연료는 ‘무늬만 바이오’일 가능성이 크다.
의심스런 정부의 바이오연료 보급 의지=산업자원부가 정유사를 통해 보급할 바이오디젤의 양은 2년간 9만㎘다. 이는 한 해 소비되는 경유 총량의 0.5%에 불과하다. 상품명은 ‘BD(바이오디젤)5’이지만 실상은 ‘BD0.5’다.
시범사업으로 적용되어온 BD20은 이전과는 다르게 자기 정비시설과 자기 주유시설을 갖춘 업체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품질문제를 거론하지만, 바이오디젤업계와 환경단체들은 굳이 정부가 BD20 시장에 제한을 둬서 바이오연료 시장을 위축시킬 필요가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유럽 각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바이오디젤 보급을 위해 바이오연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인구 10만 이상 도시 지역의 공공 차량은 BD30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대도심의 버스에 BD100(100% 바이오원액 연료)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공공기관과 20대 이상 보유 운수업체는 매년 차량 한 대당 1620ℓ의 대체연료(바이오디젤 또는 바이오에탄올 등)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산자부는 BD20의 경우에는 원료의 특성으로 나타나는 겨울의 필터막힘 현상을 보증할 수 없으므로 시기상조라는 견해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이상훈 정책처장은 “우리와 기후가 비슷한 독일, 프랑스에서 원액 비중이 훨씬 높은 바이오디젤을 동절기에 무리 없이 사용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바이오디젤 보급의지와 품질관리 노력만 있다면 바이오디젤의 원액 비율을 높이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바이오디젤의 시장성 불투명=현행 석유사업법상 BD5는 경유로 취급되므로 당연히 세제 혜택이 없다. 조건부로 시작하는 BD20도 세제혜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경유에 세제혜택이 있는 버스회사나 레미콘회사가 굳이 손해를 보면서 바이오디젤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며 “바이오디젤에 대한 장려를 위한 세제혜택은 필수”라고 말한다. 실제로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요 바이오디젤 국가에서는 바이오디젤이 면세된다.(리터당 평균 420원 정도) 이런 동기부여로 독일의 택시연합에서는 바이오디젤 공급에 스스로 나서고 있으며, 전국의 주유소 중 약 10%인 1700여개가 아예 BD100을 판매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을 사용한 뒤 엔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나는 책임소재도 논란거리다. 정유업계는 바이오디젤 사용차량의 연료계통 이상에 대해서는 자동차회사들이 무상보상수리를 해줘야 한다며, 이를 자동차업계가 공식문서로 공동약속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외국계 핵심부품제조회사들이 사전 품질검사의 미흡을 이유로 품질보증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합의를 보겠지만 석유사업법상 바이오디젤은 경유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단 연료불량에 따른 고장은 정유사들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디젤을 사용하는 차량의 연료계통에 고장이 났을 경우 정유사와 자동차회사간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소비자들은 수리지연 또는 보상거절과 같은 애로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