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로 트위스트 추고 농구하고…
즐거움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남자
전세계 시연…잠재 고객 깊은 인상
즐거움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남자
전세계 시연…잠재 고객 깊은 인상
Econo 사람/볼보건설기계 이정달씨
굴삭기와 춤을?
수십톤짜리 굴삭기 몸통이 팔을 지지대 삼아 뒤로 반쯤 드러누운 상태에서 오른쪽 바퀴와 왼쪽 바퀴를 엇갈아 흔드는 춤이 ‘굴삭기 트위스트’다. ‘굴삭기의 달인’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마케팅팀 이정달(39) 직장의 손안에 들어온 굴삭기는 이렇게 춤도 추고 농구도 하며 두부까지 써는 로봇으로 돌변한다.
이 직장은 어떻게 하면 고객 마음에 더 다가설까를 고심하다가 4년 전 굴삭기 춤을 고안해냈다. 전세계의 고객들을 상대로 시연을 할 때는 힘과 정숙함 같은 기능적 측면을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서 고객들을 즐겁게 해줘야 했다. 1톤부터 45톤짜리 크고 작은 굴삭기가 나란히 도열해 춤을 추는 ‘굴삭기 발레’도 이런 고민 끝에 나온 히트작이다.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성숙한 시장에서는 시연이 중요하지 않아요. 사장들 자신이 굴삭기를 몰아본 기술자라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시험하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는 기술직 출신 경영자가 없어 굴삭기 춤이나 굴착기 농구, 축구 같은 게임으로 즐겁게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의 굴삭기 인생은 18년 전 군 건설단에서 시작됐지만, 본격적으로 기계를 몰기 시작한 것은 93년 회사의 전신인 삼성중공업 건설기계부문에 입사한 뒤부터다. 새내기인 그는 일이 고되기로 소문난 성능시험 부서에 배치됐다.
“굴삭기 성능을 시험하기 적합한 곳은 고온에 비가 많이 오는 등 환경이 열악한 지역입니다. 47~48도를 오가는 혹서의 인도나, 기계를 하루 24시간 돌리는 중국 오지에서 기계를 시험하는 일이었습니다.”
아찔한 경사에서 굴삭기를 몰고, 암벽에 기계가 부서질 때까지 내쳐 보며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굴삭기를 조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일을 배우는 즐거움에 도마뱀이 우글거리는 숙소도, 굴삭기가 폭삭 빠져버리는 정글도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국내 건설기계 시장 상황은 좋지 않았고,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회사는 스웨덴 볼보그룹에 매각됐다. 어려운 상황 속에 송탄 교육센터로 발령이 난 이 직장은 굴삭기 운전을 가르치며 희망을 배웠다. “공고생부터 65살 학생까지 가르쳐봤어요. 명예퇴직당한 가장들은 눈빛부터 달라 정말 열심입니다. 다리가 불편해 교육기간 내내 동료 학생들의 부축을 받아 굴삭기에 올라타던 50대 남성은 지금은 자신의 몸에 꼭 맞는 굴삭기를 소유한 사장님이 됐습니다.” 독일 프랑스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전세계를 무대로 바쁜 시연 일정을 소화하는 이 직장의 ‘오지랖 넓음’에는 끝이 없다. 그는 노동조합 간부로 활약하면서도 틈만 나면 수녀원에, 화재 현장에 봉사하러 달려간다. 회사에서 개최하는 ‘사랑의 집짓기’ 자원봉사에도 에릭 닐슨 사장과 나란히 5년 동안 개근했다. “일은 삼성 시절보다 갑절 이상 늘어났는데, 스트레스는 훨씬 줄어들었어요. 재밌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거죠. 꿈이요? 그냥 지금처럼 동료들하고 오순도순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는데요. 하하….” 송탄/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사진 윤종규 인턴기자(중앙대 사진학과 4년)
아찔한 경사에서 굴삭기를 몰고, 암벽에 기계가 부서질 때까지 내쳐 보며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굴삭기를 조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일을 배우는 즐거움에 도마뱀이 우글거리는 숙소도, 굴삭기가 폭삭 빠져버리는 정글도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국내 건설기계 시장 상황은 좋지 않았고,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회사는 스웨덴 볼보그룹에 매각됐다. 어려운 상황 속에 송탄 교육센터로 발령이 난 이 직장은 굴삭기 운전을 가르치며 희망을 배웠다. “공고생부터 65살 학생까지 가르쳐봤어요. 명예퇴직당한 가장들은 눈빛부터 달라 정말 열심입니다. 다리가 불편해 교육기간 내내 동료 학생들의 부축을 받아 굴삭기에 올라타던 50대 남성은 지금은 자신의 몸에 꼭 맞는 굴삭기를 소유한 사장님이 됐습니다.” 독일 프랑스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전세계를 무대로 바쁜 시연 일정을 소화하는 이 직장의 ‘오지랖 넓음’에는 끝이 없다. 그는 노동조합 간부로 활약하면서도 틈만 나면 수녀원에, 화재 현장에 봉사하러 달려간다. 회사에서 개최하는 ‘사랑의 집짓기’ 자원봉사에도 에릭 닐슨 사장과 나란히 5년 동안 개근했다. “일은 삼성 시절보다 갑절 이상 늘어났는데, 스트레스는 훨씬 줄어들었어요. 재밌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거죠. 꿈이요? 그냥 지금처럼 동료들하고 오순도순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는데요. 하하….” 송탄/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사진 윤종규 인턴기자(중앙대 사진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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