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문가서 에너지 전문가로 변신한 이수호 한국가스공사 사장
가스값 단계적 인상 검토
“다음달 초 러시아 가스프롬 밀러회장을 만나러 갑니다. 가시적인 성과를 갖고 오겠습니다.”
민간인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수호(62)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24일 “자원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공급”이라며 “새로운 공급원 개발을 위해 우즈베키스탄에서 대규모 가스전 두 곳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가 개발 중인 두 곳은 우준쿠이 가스전(추정량 1억9천만톤)과 수르길 가스전(8400만톤)으로 우즈베키스탄 국영석유가스공사와 공동으로 탐사와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소비량 2400만톤의11.4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 사장은 “우즈베키스탄 개발은 공급원 중 핵심 대상인 러시아와의 거래를 위한 것”이라며 “우즈베키스탄 가스를 러시아로 공급하고,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우리에게 가스를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우즈베키스탄 가스를 러시아에 넘겨주고 러시아는 프랑스에게 주면서 프랑스는 카타르에서 공급받을 물량을 우리에게 넘기는 등 공급 안정화를 위해 여러 국가와 다각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미얀마, 서캄챠카,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벌이고 있는 국외 자원개발은 먼 미래를 위한 투자일 뿐 아니라 현재의 구매력을 높여서 수급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라며 “가스전 개발이 세계시장에서 가스공사의 위상과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가스공사가 한해 2400만톤의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세계 2위의 구매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위에 걸맞는 대접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엘지상사에서 30년을 보낸 무역 전문가가 에너지 전문가로 변신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엘지 시절 다루었던 석유, 석탄과는 또 다르더라”고 털어놨다. 가스의 특성상 생산설비를 짓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가고, 석유나 석탄처럼 공급선이 다양하지 못해 구매자로서 운신의 폭이 좁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단순한 구매자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는 판매자의 위치를 확보하면서 이를 통해 구매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미얀마(A-1 엘엔지 7000만톤 추정)와 우즈베키스탄, 오스트레일리아 및 러시아와의 거래 활성화는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필요한 것은 실탄(자금)이다. “해외 투자나 거래를 위해 실탄이 필요하다”며 “가스값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가스값 인상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말에는 이사장은 “에너지 공급 안정화라는 장기 목표를 위해 직접 나서서 해명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한국가스공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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