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인지흥원 이일규 원장. 한겨레
[인터뷰] 디자인진흥원 이일규 원장
인력은 최고인데 활용도 낮아
인력은 최고인데 활용도 낮아
“삼성의 디자인 실력은 세계 일류에 다가갔지만 중소기업은 아직 80점입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이일규(56·사진) 원장은 “우리 300만개 기업 가운데 99.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디자인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10년 전인 1996년 통상산업부의 초대 산업디자인과장을 지냈다. 당시 300여명의 전문가 등을 상대로 세계 일류를 100점으로 봤을 때 우리 디자인 실력을 평가해달라고 한 결과 65~70점이라는 대답을 얻었다. 최근 비슷한 조사에서는 80점이라는 대답이 나왔으니 평균은 많이 향상된 편이다.
“우리 디자인 인력이나 전문회사 숫자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런 인력이 20%밖에 활용되지 않으니 안타깝지요.” 우리 대학이 배출하는 디자인 전공자는 연간 3만6천여명이고, 디자인 전문회사도 2300여개나 있다. 인구나 경제규모가 훨씬 큰 미국이 연간 3만8천여명을 배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만만치 않은 수치다.
이 원장은 “기업인과 정부 정책 담당자들이 디자인 투자에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디자인 투자를 통해 중소기업은 강소기업으로 바뀌고, 디자인 시장도 엄청나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중소기업이 유럽의 디자인 명가들처럼 매출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브랜드 명성은 세계적인 강소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300만개의 기업이 디자이너를 한 사람씩만 고용해도 300만개 일자리가 생긴다. 지자체들도 공원 개발이나 도시 정비 등 공공 디자인에 디자이너들을 활용해볼 만 하다.
이 원장은 ‘한류’를 통해 코리아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활용하면 디자인 서비스를 외국에 수출할 여지도 크다고 말했다. 우리 디자인 경쟁력이 강화되면 세계 시장의 ‘무서운 아이’인 중국 기업 등에 ‘고급스러움’을 팔 수 있다는 것이다.
핀란드 디자인연구소(Designium)의 국가 디자인 경쟁력 순위를 보면, 우리는 2002년 25위에서 2005년 14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실제 ‘디자인 일류’ 소리를 듣는 기업은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연구개발 투자에 세액 공제를 해줬던 것처럼 디자인 투자에도 같은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적 열의가 모이니 축구도 세계 4강이 됐어요. 디자인라고 다르겠습니까?”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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