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낮고 달러약세 위험
9월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282억2천만달러로, 세계 다섯번째 규모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이후 연평균 38.5%씩 늘어나 외환보유액 상위 10개국 가운데 가장 빠른 신장세를 기록했다. 올 3월말을 기준으로 할 때, 전세계 외환보유액은 4조9천억달러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1%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 동북아시아 나라에 집중되어 있다. 최근엔 오일달러를 무기로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외환보유액의 80.7%에 해당하는 1841억3천만달러를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있다. 전세계 평균치인 7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유가증권의 대부분은 안정성과 유동성이 높은 미 국채물이다. 이밖에 주요국의 금융기관에 예금 형태로 보관되어 있는 돈이 436억9천만달러(19.1%)에 이른다.
안정성이 높은 미 국채 위주로 외화자산을 운용하다보니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만기 3년물 미 국채의 수익률이 현재 4.6%대임을 고려할 때, 현재 운용수익률이 다른 자산 운용수익률에 크게 못미친다는 게 비판의 주된 논거다. 자산의 대부분이 미 국채에 집중되어 있어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 보유자산의 가치가 덩달아 크게 줄어들 위험도 있다.
수익성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이 얼마냐의 논란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은 29.3%로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들에 견줘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부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외화자산을 초과로 보유하는데 따른 비용이 성장률을 1%포인트 떨어뜨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운용과정에서 통화별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운용함에 있어 통화별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는 비밀에 부쳐지는 게 관례다. 지난 9월 초, 국제결제은행(BIS)은 올 3월을 기준으로 전세계 외화자산의 66%가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달러의 비중은 2001년 70%를 정점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올해 초에는 중동지역 나라들이 앞으로 10년안에 달러 보유 비중을 점차 줄이는 대신 유로화 비중을 늘려나가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로화 자산 비중은 25%에 이른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