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20% 계층, 외환위기 때보다 빚 많아
상위 20% 저축 꾸준…계층간 격차 더 커져
상위 20% 저축 꾸준…계층간 격차 더 커져
최근 몇 해 사이 저소득층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빚에 쪼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득계층별 가계저축률 격차 확대의 원인 분석’ 자료를 보면, 소득 수준 하위 20% 계층의 저축률은 1996년 -1%에서 2004년 -21%로 크게 떨어졌다. 저축률이란 가구당 월평균 소득(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만큼을 소득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저축률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말은 벌어들이는 돈이 생활비에 크게 못미쳐 갈수록 빚을 더 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하위 20% 계층의 2004년 저축률 -21%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13%)과 99년(-18%)보다도 악화된 것이다. 이들 계층의 저축률은 2003년 -11%까지 개선되는 듯했으나 2003년(19%)부터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반면 소득 수준 상위 20% 계층의 저축률은 96~2004년 32~38%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상위 20%와 하위 20%의 저축률 격차는 96년 33%포인트에서 2004년엔 54%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이처럼 평균 저축률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아예 저축을 전혀 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가구도 늘어났다. 한달 평균 가구소득이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 가구 가운데 저축을 하고 있는 가구의 비중이 97년엔 60.3%였으나, 2003년엔 34.8%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경원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과장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저축률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고소득층이 노후 대비에 신경을 쏟는 것과 달리, 저소득층은 기존 가계부채 상환에 허덕이면서도 빚을 더 내 생활하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무엇보다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저축률이 계속 떨어지면 이들의 생계지원을 위한 정부 재정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저소득계층의 저축액만큼 정부가 추가로 지원해주는 개인개발저축(IDA) 제도 등을 서둘러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