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펀드와 태광그룹 공방일지
태광산업 홍보팀장
지난 8월 말 이후 장하성 펀드의 줄기찬 요구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면서 대치 상황을 연출해 온 태광산업이 14일 결국 말문을 열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합의한 것은 장하성 펀드의 줄기찬 요구도 있었지만, 이전부터 회사 차원의 자구책 방안으로 깊이 연구돼 왔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장하성 펀드의 5% 지분에 ‘굴복했다’는 시선을 염두에 둔 듯 했다.
허정민 태광산업 홍보팀장은 이날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장하성 펀드가 지난 8월 대한화섬 지분을 매입한 직후 2달여 동안 펀드 쪽의 일방적 공세에 당황해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장하성 펀드가 요구한 내용들은 회사 내부적으로 이미 계획되고 추진해 온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장하성 펀드 쪽의 실질 주주명부 제출 요구를 왜 계속 거부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장하성 펀드에 라자드그룹이 개입돼 있어 명부를 전달할 실질적 주체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한 것일 뿐, 우리는 거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허 팀장은 법정 싸움도 불사할 태세에서 극적 합의로 반전한 계기와 관련해서는 “5% 지분을 가진 주주와 대립각을 계속 형성하는 것은 기업 이미지에 안좋다고 판단했다”며 “또 기왕에 추진하기로 한 사업인데다 화섬 분야의 경기가 안좋은 시점에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한 경영진의 의중이 막판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허 팀장은 “지금까지 그룹이 제조업 위주로 짜인데다, 생산 제품도 반제품 일색이어서 소비자들에게 크게 접근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이번 합의를 계기로 향후 기업설명회(IR) 활동과 대외홍보(PR)를 적극 강화해 그룹이 영위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알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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