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기자 @어바인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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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한 대형 이동통신사 간부를 만나 그 업체가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시장흐름 자료를 볼 수 있었다. ‘대외비’라며 일부만 복사를 해줬는데, 그 가운데 관심을 끄는 부분이 미국 이동통신업체들의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 흐름이다. 가입자당 매출이란 이동통신 업체의 전체 매출을 가입자 수로 나눈 값으로, 이동전화 이용자의 실제 요금 부담액과 일치한다.
수치가 한결같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전체의 평균치는 2004년 2분기 55달러대에서 2005년 2분기에는 54달러대로 줄었고, 2006년 2분기에는 다시 53달러대로 낮아졌다. 2005년 4분기와 2006년 2분기를 비교한 것도 54달러대 초반에서 53달러대로 감소했다. 미국에서 가입자수가 가장 많은 싱귤러는 2004년 2분기 50달러대에서 2006년 2분기에는 48달러대로 내렸고, 같은 기간에 버라이존도 50달러대에서 49달러대로, 티-모바일은 55달러대에서 52달러대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업체들의 가입자당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의 경우, 2006년 5월 4만4510원에서 9월에는 4만7529원으로 늘었다. 엘지텔레콤의 2006년 3분기 가입자당 매출 역시 3만5750원으로, 2005년 같은 때보다 0.5% 상승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은 그동안 실적 발표 때마다 가입자당 매출의 증가로 매출과 수익이 늘었다고 강조해왔다.
왜 이렇게 다를까. 미국 이동통신사들은 그 이유를 경쟁의 차이에서 찾는다. 미국 이동통신 업체들은 통화 품질 및 요금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업체 것과 직접 비교하는 기법까지 동원해, 통화 품질이 뛰어나면서 요금도 싸다고 강조한다. 경쟁의 결과로, 정액 요금으로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가족이나 연인끼리의 통화료 감면 등의 형태로 요금이 내려가고 있다. 2가지 이상의 통신·방송 서비스를 묶어, 각각 가입할 때보다 싼값에 이용하게 하는 ‘결합상품’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미국 이동통신 소비자들은 단말기도 최신 기종을 빼고는 거의 공짜로 받아 사용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우리나라 통신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의 요금 인하가 생색내기에 그쳤다고 못박기도 어렵다. 문자메시지 및 무선인터넷 이용량 등의 증가세가 미국과 다른 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자메시지 및 무선인터넷 이용량 증가율은 우리나라가 미국을 앞지른다.
하지만 뭔가 개선책은 필요해 보인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동통신 업체 쪽에서는 성과급 및 배당 잔치를 준비한다. 반면 소비자 쪽에서는 요금을 못 내 신용불량자로 몰리는 사람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개선책이 필요한 이유로 이보다 더 확실한 게 있을까. 올해 이동통신 업체들의 잔칫상에는 소비자 자리도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소비자들도 적극적으로 요구하자.
김재섭 기자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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