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주요사건 재판 결과
참여연대 “형량 대폭 깎아 항소심 집유 가능케 선고”
비자금 액수 적었던 다른 재벌비리와 형평성 논란
비자금 액수 적었던 다른 재벌비리와 형평성 논란
법원이 5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보석을 취소하지 않은 것은 사법 정의 실현과 경제적 현실 사이에서 타협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정 회장 스스로 유죄로 인정한 비자금 조성 부분 외에도 △존속 여부가 불투명한 현대우주항공 유상증자에 계열사들을 참여시켰고 △부실했던 현대강관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외국 자본에 현대차가 투자수익을 약정해주도록 했으며 △펀드수익금 1830만달러를 빼돌린 등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판결에 큰 불만이 없는 표정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검찰이) 정 회장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고, (법원이) 그 절반인 실형을 선고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판단했다고 본다”며 “항소 여부는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정 회장에게 적용된 범죄의 법정 최저형기(5년)를 대폭 깎아줬을 뿐 아니라 집행유예가 가능한 징역 3년 이하의 형을 선고했다”며 “시장질서를 파괴한 중대 범죄에 대한 엄정한 판결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특가법이 적용돼 비자금 조성 혐의만으로도 법정 최저형이 징역 5년인데, 재판부가 재량에 따른 감경(2년6개월)을 최대한 적용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실제,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정몽원 전 한라그룹 회장, 엄상호 전 건영그룹 회장, 이순국 신호그룹 회장 등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다른 재벌 비리 사건과의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경우 비자금 액수가 220억원으로 현대차그룹 비자금의 4분의 1에도 못미쳤고 회사 피해액 모두를 변제했지만,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데 이어 2심에서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현대차를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업체로 성장시키는 등 국가경제에 이바지한 점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와 각종 사회복지 사업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 △횡령금 300억원을 변제하고 406억원 상당을 회사 앞으로 질권을 설정한 점 등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고위 법관은 “이번 재판은 법에 따라 법정구속해도 비판 여론이 나올 수밖에 없고, 경제 현실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해도 비판을 받았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