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추이
국외투자은행에 위탁
안정성 위주 운용 탈피
안정성 위주 운용 탈피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일부를 해외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해외 투자은행(IB)에 외환보유액을 위탁해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선진국의 우량 주식은 원래 외환보유액 운용 범위에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한은이 외환보유액으로 해외 주식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은은 안정성 원칙에 따라 외환보유액을 운용해 왔다. 2007년 1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402억3천만달러인데, 이 가운데 2019억5천만달러(84.1%)가 미국 국채 등 채권에, 그리고 나머지는 외국 은행 예금과 금 등에 투자돼 있다.
이처럼 한은이 외환보유액 운용 방식을 바꾼 것은 달러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급증하는 외환보유액을 계속 안정성 위주로만 운용하다가는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안정성 뿐 아니라 수익성도 고려하면서 외환보유액을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일구 랜드마크투신운용 본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그동안은 안정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었지만, 점차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이 직접 해외 주식투자에 나서면 현재 한은의 외환보유액 일부를 위탁받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와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05년 7월 급속히 늘어나는 외환보유액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해 한은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200억달러를 재원으로 한국투자공사를 설립했다. 박종인 한국투자공사 기획부장은 “한국투자공사 설립 당시 외환보유액은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이 우선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던 한은이 이제 와서 직접 주식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금통위는 물가 안정과 소비 회복세의 약화 등을 이유로 콜금리 목표치를 현재의 연 4.5%에서 동결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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