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회상사 창업자인 박홍구(왼쪽) 회장과 박병호 사장이 15일 갓 제본을 마친 한 문중의 족보를 살펴보고 있다.
[내고장 명품] 대전 회상사 족보
대전시 동구 중동 회상사는 박홍구(88) 회장이 1954년 창업한 이래 53년 동안 우리나라 900여 문중의 족보를 발간한 한국 보학의 메카다.
소장하고 있는 계보학 자료는, 2만5천여권. 135 성씨의 족보 600여종 1만3천여권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계보학 자료실보다도 방대하다.
회상사는 총무 기계 조판 전산 제본 관리부에 40여명이 직원이 일한다. 이 회사 직원들은 ‘대를 잇는 직장’을 자랑거리로 첫손에 꼽는다. 간부급은 30년 이상 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고 자녀들이 회상사에 취직하기를 원하면 입사 우선권을 준다.
박병호(전 대전 동구청장) 사장은 “족보 발간의 특성상 오·탈자 등이 없어야 하고 씨족문화 전통지킴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꼼꼼하게 일하는 직원들이 필요하다 보니 오래 근무하고 대를 잇는 게 특징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각 성씨 문중 관계자들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족보 출판을 의뢰하지만 회사 이름이 알려지기까지는 박 회장과 직원들이 발품을 팔았다.
“1955년 겨울일 겁니다. 한 문중에서 대종보를 발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문중 일을 주관하는 도유사 집에 찾아갔는데 한밤중에 도착해 초인종도 못누르고 밤새 덜덜 떨었습니다. 새벽에 신문 가지러 나온 도유사가 감동해 출판하자고 하더군요.”
윤보선 대통령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의 문중 족보도 회상사에서 발간됐다.
지난 2004년 창업 50년을 맞아 회상사는 ‘디지털 족보시대’를 열고 책과 함께 전자족보를 발간하고 있다. 전자족보는 한글에 한자를 병행하고 이름을 클릭하면 영정, 행장, 서화, 선산 사진, 생전에 찍은 동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또 인터넷으로 족보를 검색하고 각 문중에서 직접 족보 내용을 업그레이드하는 ‘족보 데이터베이스’도 구상하고 있다.
박홍구 회장은 “족보는 씨족문화의 상징이자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문화이므로 젊은이들도 관심을 갖고 살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박홍구 회장은 “족보는 씨족문화의 상징이자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문화이므로 젊은이들도 관심을 갖고 살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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