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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투자자-국가소송제’ 결국 미국 뜻대로

등록 2007-04-02 00:24수정 2007-04-02 02:24

한-미 FTA 협상 마지막 쟁점들
한-미 FTA 협상 마지막 쟁점들
투자 범위 너무 넓고 예외조항 모호
부동산정책 개입여지 남겨 논란거리로
기존 투자자 규제 일부는 아예 포기
투자자-국가 소송 제도 합의 내용
투자자-국가 소송 제도 합의 내용
투자자-국가 소송(ISD) 제도는 국내 전문가들이 ‘딜브레이커’(협상 결렬 요인)가 되더라도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될 쟁점 1위로 꼽았던 분야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란, 협정 발효 뒤 개인이나 민간기업이 협정 상대국 정부와 입법·사법기관을 상대로 국제중재에 회부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문건 등을 통해 드러난 협상의 실체를 보면 투자 분야의 협상 역시 무게중심은 일찌감치 미국 쪽으로 월등하게 기울어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 쪽은 조세와 부동산 등 대표적인 정책은 소송 대상이 되는 국가의 ‘수용’ 행위에 명백히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받는 데 실패했다. 미국 쪽은 ‘조세 부과는 일반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단지 협정문 부속서에 담는 것으로 우리 쪽을 밀어붙였다. 부동산 정책도 노동·환경과 마찬가지로 간접수용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데 두 나라가 의견을 좁혔으나, 다만 ‘드문 경우에 한해서는 간접수용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둬, ‘드문 경우’ 해석을 놓고 훗날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우리 쪽은 공공질서·보건위생·환경 등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정부가 예외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일반적 예외’ 조항에서도 미국 쪽 요구에 크게 밀렸다. 우리 쪽은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을 신규 투자자로 한정해, 기존 투자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동의했다. 우리나라가 기존에 다른 나라와 맺은 자유무역협정의 협정문에 이런 일반적 예외 조항이 완전하게 담겼던 것과는 달리, 미국과의 협정에선 기존 투자자에 대한 우리 정부의 규제 권한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 쪽은 특히 일반적 예외 조항이 적용되는 구체적 조건을 놓고도 ‘진정하고 충분한 위협이 있을 때’와 ‘당사국 정부가 그 책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단서를 끝까지 고집했다. 이에 우리 쪽은 최종 담판에서 우리 국내법이 정부의 입증 책임을 명기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정부의 입증 책임 주장은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전자의 조건은 수용했다. ‘진정하고 충분한 위협’의 내용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호해, 사실상 정부의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투자’의 정의와 관련해서도 얻은 게 별로 없다. 현행 우리 헌법이 재산권의 범위를 상당히 좁게 해석하고 있으므로, 영업과 관련한 단순한 기대이익이나 영업권, 반사적 이익 등은 투자에 따른 재산권 개념에 포함할 수 없다는 게 애초 우리 쪽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미국 쪽은 이들 권익을 투자 행위의 정의에서 빼는 데 끝까지 반대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계약상 권리’도 재산권의 하나로 명시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결국 미국 쪽이 우리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히는 선에서 우리 쪽은 영업권, 반사적 이익 등의 용어를 투자 제한 조건에서 삭제하는 데 동의했다.

우리 쪽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도 물론 있기는 하다. 한국 정부는 소액지분을 가진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자계약 위반 때 제소할 수 있는 투자자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자는 입장을 밝혔고, 미국으로부터 기본적인 동의를 받아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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