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인스트레스 세계 최고
관리는 미흡…엘지경제연 “2000년대 손실액 6600억원”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주인공 로스는 직장 상사와 불화를 겪다 회사의 상담 권유를 받는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전문 상담사의 의견에 따라 회사는 그에게 한 달 휴가를 준다. 외국 기업에선 드물지 않은 일인데 우리 현실은 어떤가?
엘지경제연구원은 10일 ‘위기의 직장인, 이렇게 관리하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직장인의 스트레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은 매우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 직장인의 스트레스 보유율은 95%로 미국(40%)과 일본(61%)보다 월등히 높고, 사무직 종사자의 자살자 수는 2000년 268명에서 2005년에는 597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박지원 엘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특히 2000년대 들어 스트레스성 질병으로 말미암은 산업 재해가 급격히 증가해 손실액이 연간 66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국내 기업들도 이젠 외국 기업처럼 체계적인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미국 맥도널더글러스는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이직률이 35%나 줄었고, 3엠(3M)은 사내 상담실을 이용한 구성원의 80%가 이전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선 몇몇 대기업들이 사내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비밀보장 등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박 연구원은 “스트레스 증가는 산업 재해로 말미암은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경영 위기를 관리하듯 구성원들의 위기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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