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을 둘러싼 주요 쟁점
자본시장통합법 논란 짚어보니
은행-증권사 대결에 ‘시어머니’ 한은-재경부도 가세
전산망 안정성 등 논란속 은행 ‘고유기능’ 여부 핵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일명 자본시장통합법 또는 자통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증권사에 소액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은행업계와 증권업계가 팽팽한 힘겨루기를 벌여오던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가세해 자통법 통과를 밀어붙이려는 재정경제부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12일 국회에서 재정경제위원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도 증권사 소액 지급결제 기능 허용 문제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재경부는 올 상반기에 자통법 제정안을 통과시켜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시행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금융시스템 불안정해지나?=현재 증권업계 요구 사항은 은행들 사이의 지급 결제망인 은행공동망 가운데 ATM공동망(예금인출·계좌이체·신용카드 현금서비스)·타행환공동망(소액송금)·전자금융공동망(홈뱅킹·인터넷뱅킹)·CMS공동망(대량자금 이체)·지로망에 증권계좌를 연결시켜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은과 은행업계는 증권사들의 전산망이 안정성 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은행 지급결제망에 참여했다가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금융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증권업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임종록 증권업협회 상무는 “증권 전산망 사고율이 훨씬 낮았다”며 “증권사 예탁금의 유동성 위험 또한 은행 예금보다 낮다”고 말했다. 소비자 수수료 부담 늘어나나?=재경부와 증권업계는 자통법의 핵심은 금융회사간 벽을 허물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임 상무는 “은행들이 독점적으로 챙겨오던 수수료 수익을 빼앗길 것 같으니까 트집을 잡고 있다”며 “결제 기능을 허용해주면 수수료 인하 등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업계는 현재 증권사들이 제휴 은행의 가상계좌를 통해 무료로 송금 서비스 등을 하고 있는데, 증권 계좌와 은행 계좌가 분리되면 소비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한다. 증권사도 지급준비금 쌓야 하나?=현재 은행들은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위해 일정한 비율의 지급준비금(지준금)을 무이자로 한은 계좌에 쌓아두고 있다. 증권 계좌에 결제 기능이 허용되면, 은행의 요구불 예금과 사실상 아무런 차이가 나지 않게 되는 만큼 증권사도 은행처럼 지준금을 쌓던가, 은행의 지준 의무를 폐지해야 한다는 게 은행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현재 증권사들도 사실상 지준금을 납부하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반박한다. 임 상무는 “증권계좌의 지급결제를 대행하게 될 증권금융은 하루 계좌이체 한도의 100%를 지정은행에 담보로 제공할 것”이라며 “사실상 100% 지준율을 갖춘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급결제는 은행 고유 업무인가?=결국 논란의 핵심은 지급결제 기능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로 모아진다. 은행업계는 지급결제 기능이야말로 은행의 고유 업무라고 강조한다. 이번 논쟁에 뒤늦게 한은이 공세적으로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한은으로선 은행의 고유 업무인 지급결제 시스템에 한치의 오차라도 생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12일 기자들과 만나 “증권사가 취급하는 예금 유사 상품에 결제기능을 부여해 은행 상품과 구별을 없애는 것이 자본시장 발전에 핵심이냐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지급결제 기능은 은행의 고유 업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은행의 고유 업무는 지급결제 업무가 아니라 수신을 통한 여신 업무”라고 반박했다.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기존의 칸막이를 치워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게 자통법의 취지라는 게 증권업계의 기본 시각인 것이다. 최우성 김진철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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