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예금을 통한 금융 소외계층 지원 일정
‘휴면예금법’ 국회 재경위 통과…재단은 내년에
주인 찾고 남는 재원 활용…종잣돈 규모 불투명
주인 찾고 남는 재원 활용…종잣돈 규모 불투명
2년 가까이 국회에서 잠자던 휴면예금 관련 법안이 국회 재정경제위를 통과해,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신용대출) 사업 등 휴면예금을 이용한 저소득층 지원사업 진행에 점차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지원사업을 담당할 공익 성격의 재단 설립이 내년 초로 미뤄져 실제 지원사업은 내년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재경위는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2005년 8월 김현미 의원(열린우리당)이 대표발의한 ‘휴면예금 처리 및 사회공헌기금 설치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휴면예금을 종잣돈으로 공익 성격의 휴면예금관리재단(가칭)을 만들어 저소득층 지원사업에 나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날 재경위는 김 의원이 낸 원안에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의 무보수 상근 △은행권과 보험권의 휴면예금 구분 회계처리 등 일부 내용을 덧붙인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엄호성 의원(한나라당)이 낸 ‘휴면예금 이체에 관한 특별법안’도 이날 함께 통과됐다. 엄 의원의 안은 6개월 한시적으로 다른 금융회사에 개설된 원 권리자 활동계좌로 휴면예금을 이체한 뒤 남는 재원을 활용해 복지사업에 나서자는 법안이다.
두 법안이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첫 6개월 동안엔 원 권리자에게 휴면예금을 찾아주는 일이 먼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휴면예금관리재단은 내년 초 설립돼 지원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임승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올 하반기 동안엔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두루 들으며, 재단 설립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면예금관리재단이 당장 이용할 수 있는 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 액수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1천억~2천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현재 금융권에 잠자고 있는 휴면예금은 모두 8천억원 가량으로, 이 가운데 은행권 예금이 3800억원,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 휴면보험금이 각각 3600억원과 700억원에 이른다. 휴면보험금은 환급률이 높아 원 권리자에 찾아주고 난 뒤 남는 금액이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휴면예금은 30만원 이하 금액만 일괄적으로 돌려줄 경우 남는 금액이 1400억원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신규로 발생하는 휴면예금 가운데 휴면예금관리재단이 재원으로 쓸 수 있는 금액은 매년 4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저소득층 지원사업에 활용될 수 있는 휴면예금 금액은 휴면예금 가운데 원 권리자에게 돌려주는 액수의 한도를 얼마로 정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휴면예금 재원이 애초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휴면예금을 활용해 엇비슷한 사업을 벌이려는 정부의 계획을 교통정리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휴면예금관리재단 외에 사회투자재단 설립도 현재 추진중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민간 전문가는 “준비 과정에서 민간부문과의 네트워트를 더 강화해 휴면예금관리재단이 관료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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