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도의 대우조선해양 기술교육원에서 훈련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 제공
[상생경영의힘] 대우조선·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 기술교육
서로 파견근무 통해 핵심역량 키우는 곳도
서로 파견근무 통해 핵심역량 키우는 곳도
2만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자동차에서 부품 한개의 불량은 바로 완성차 불량으로 이어진다. 자동차를 비롯해 조선·기계 분야의 대기업들이 일찍부터 협력업체의 인력양성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특히 지난 2001년 노동부가 도입한 ‘중소기업 직업훈련 컨소시엄’ 제도는, 주요 기간제조업 분야 중소기업들에 소중한 ‘기능인력 배출 창구’ 구실을 하고 있다. 노동부는 직업훈련 컨소시엄에 훈련시설장비비와 훈련전담자 인건비, 홍보비, 훈련프로그램 개발비 등을 지원하고 운영은 주로 대기업들이 하고 있다. 2001년 6곳이던 운영기관은 2006년 57곳까지, 훈련인원은 4091명에서 13만3287명으로 늘어났다. 노동부 집계로는 지난해 컨소시엄 교육생들의 취업률은 74.7%로, 일반 실업자 훈련기관 취업률보다 20% 가량 더 높다.
경남 거제도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기술교육원은 2001년 제도 도입 때부터 시범기관으로 지정돼 ‘조선인력 양성 사관학교’ 노릇을 하고 있다. 이곳 교육은 양성훈련과 협력업체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향상훈련으로 나뉜다. 주강산업의 장은주 사장은 “2002년부터 이제까지 50여명에 가까운 직원들을 보내 엘엔지선의 인바용접 기술교육을 받아왔다”며 “인바용접은 국제공인 자격증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데 교육 장비·시설 등에서 작은 업체들은 독자적으로 훈력기회를 갖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에서 각 분야의 균형을 고려해 인원을 선발하다 보니 욕심만큼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보낼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라고 장 사장은 말한다. 2003년 컨소시엄 운영기관에 선정된 현대중공업의 기술교육원 또한 지금까지 200여 중소기업 1만6000여명의 직원들을 교육시켰다. 양성교육과정 수료 뒤에는 미국 선급협회(ABS) 인증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 취업률은 90%가 넘는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협력회사의 설계 및 생산 담당자를 일정기간 관련부서에 파견근무하도록 해 기술을 습득하게 하는 ‘모기업 순환근무제’도 시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의 인적자원 역량을 키우기 위한 상생협력은 기업별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협력업체 기술인력 교육뿐만 아니라 먼 미래를 내다본 ‘2세 경영자 교육’에도 공을 들이기로 유명하다. 지난 2004년부터 ‘미래경영자 과정’을 개설해 협력업체 최고경영자 후계자들을 20~30명씩 선발한 뒤 10개월~1년짜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경영의 기본부터 경영혁신 교육까지 이론 교육은 물론 반년 이상씩 삼성전자의 현업부서에 배치돼 순환근무를 하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 쪽은 “대기업의 경영 노하우 교육을 통해 협력회사 차세대 시이오의 역량을 제고시키는 한편 삼성전자의 경영기법, 기업문화 등을 익히게 함으로써 미래의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자랑한다. 협력업체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삼성전자의 재무·인사기법이나 원가혁신·6시그마 기법 등을 전수하는 교육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효성은 중공업 부문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해마다 60여차례에 거쳐 기술 및 품질 지도를 하고 있다. 특히 섬유 부문 등에서 선진국의 최신 트렌드 등을 입수해 만든 원단 샘플북과 ‘트렌드 맵’은 최신정보 입수에 취약한 중소 직물업체들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는 우수 중소협력업체 10여곳을 선발해 국내외 주요전시회에 공동 전시관을 꾸리기도 한다.
화장품업계의 ㈜아모레퍼시픽은 협력업체 혁신담당자들을 아모레퍼시픽에 파견해 근무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2001년부터는 우수협력사를 선정해 포상금 지급과 외국연수를 보내는 교육 포상제도도 마련했다. 아모레퍼시픽 협력사인 선일의 이진수 사장은 “우수협력사로 선정돼 직원들이 일본 도요타 생산방식을 벤치마킹하는 연수를 다녀왔던 것이 회사 전략 수립에 큰 참고가 됐다”고 말한다.
자사 전문인력들을 협력업체로 일정기간 보내 ‘핵심역량 키우기’를 밀착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엘지전자는 2005년 업계에서 최초로 ‘중견인력 파견제’를 실시했다. 연구개발, 생산관리, 마케팅 등 각 분야에서 현장경험이 풍부한 차·부장급 전문인력들이 협력업체로 가 최소 2년간 촉탁형태로 근무한다. 여기에 엘지전자가 2년 동안 임금의 60%를 지원해 임금 부담을 덜어준다. 첫해엔 6명 정도였지만 올해엔 모두 100여명의 전문인력들이 전국 각지의 엘지전자 협력업체들에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의 강호영 팀장은 “대기업이 상생협력을 사회공헌처럼 생각해 접근하면 대기업도, 협력업체도 망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에 있어선 표준화된 시장의 기술을 가져와서 판박이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보다 협력업체의 인재양성을 통해 자신들에게 적합한 기술을 만들어내 ‘인터페이스’가 잘 작동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중소기업 직업훈련 컨소시엄 훈련 현황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의 강호영 팀장은 “대기업이 상생협력을 사회공헌처럼 생각해 접근하면 대기업도, 협력업체도 망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에 있어선 표준화된 시장의 기술을 가져와서 판박이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보다 협력업체의 인재양성을 통해 자신들에게 적합한 기술을 만들어내 ‘인터페이스’가 잘 작동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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