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비웃는 ‘입찰 짬짜미’ 수법
‘들러리’ 돈받고 한곳 밀어주기
입찰 ‘예행연습’…고의 유찰도
입찰 ‘예행연습’…고의 유찰도
공정위, 기상천외 유형 발표
‘미꾸라지가 따로 없네.’
입찰 짬짜미에 대한 적발과 단속이 강화되고 있지만, 이에 맞서는 업체들의 수법도 나날이 ‘진화’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발표한 한 짬짜미 사례를 보면, 업체들은 짬짜미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고안해낸 제도까지 ‘유유히’ 뚫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05년 한국전력이 발주한 대덕테크노밸리 지하배전시설물 위치 탐사용역이 그 무대로, 이른바 ‘낙찰확률 높이기’ 유형이다. 공정위의 조사결과 이 용역에 입찰한 20여개의 업체 가운데 대주항업㈜, 대원지리정보㈜, 태양정보시스템㈜, 대한항업㈜, 한국종합설계㈜ 등 5개 업체는 자신들의 낙찰확률을 높이기 위해 입찰가격이 서로 겹치거나 몰리지 않도록 일정한 간격으로 사전 조정을 했다.
‘적격심사 입찰방식’은 예정가를 미리 공개하지 않고, 기초금액을 근거로 산정한 15개 가격 가운데 입찰 참가업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4개의 금액의 평균을 내 예정가를 산출하는 게 특징이다. 이렇게 예정가가 정해져도 다시 적격률과 용역수행능력점수가 변수가 되기 때문에, 낮은 가격을 쓴다고 확률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특정업체에 입찰을 몰아주기도 힘들어진다. 이번 사건에서 업체들은 투찰가격을 각각 0.4%포인트 간격으로 일정하게 써내서 자신들 가운데 한곳이 낙찰받을 확률을 높였다. 대신 5곳 중 한곳이 낙찰업체가 되면 용역대가의 20%를 나눠갖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1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5월 발표된 부산항 가스절연개폐장치 공사 관련 짬짜미는 ‘사전입찰 방식’으로 분류된다. 7개 입찰참여 업체들끼리 미리 ‘사전입찰’을 벌였는데, 낙찰 기준은 들러리 업체들에게 누가 가장 높은 보상금으로 주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가장 높게 보상비를 써낸 업체를 나머지 업체들이 밀어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게 하고, 이후 공사에 전혀 참가하지 않은 업체들은 1억5천만원씩 챙겼다.
낙찰가격을 낮추려고 일부러 유찰한 유형도 있다. 돼지가죽을 구매·가공하는 8개 사업자는 전국 5개 축산물 공판장에서 실시한 ‘돈피 구매입찰’에서 몇번씩 터무니없는 가격을 써내 유찰시킨 뒤 자신들이 정한 낙찰예정자만 예정가격에 가깝게 써내도록 하다가 지난 6월 덜미를 잡혔다.
‘간사제도’를 활용한 짬짜미도 있다. 지난해 적발된 터널공사에 쓰이는 철빔 제조업체 4곳이다. 수수료를 지급받은 간사가 가격 및 결제조건, 시장점유율 등에 대해 짬짜미가 이뤄지도록 조정을 하고 진행을 하도록 한 것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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