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릭스 지분 두배 넘는 가격에 되사줘
예보엔 사전 약정된 가격으로 살권리 행사키로
예보엔 사전 약정된 가격으로 살권리 행사키로
한화그룹은 일본 오릭스가 보유한 대한생명 지분 17%를 한화건설에서 전량 인수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지분 51%로 대생의 단일 최대주주가 된다. 인수 당시 계약에 포함됐던 내용이라고는 하나, 한화그룹은 공적자금으로 운용되는 예금보험공사엔 ‘콜 옵션’(계약 상대방에 일정한 가격에 팔도록 청구하는 권리)을 행사해 싼 값에 대생 지분을 얻으려 하고, 외국계 컨소시엄 파트너엔 두 배 이상의 가격을 지급하는 모양새가 됐다.
한화그룹은 이날 대생의 주주들인 ㈜한화 등 6개 계열사가 각각 이사회를 열어 자금 여력이 있는 한화건설이 오릭스 지분 1억2천만주(17%)를 주당 5430원, 모두 6554억원에 인수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한화는 2002년 대생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결성 당시 오릭스에 ‘풋 옵션’(계약 상대방에 사도록 청구하는 권리)을 줘, 이번 지분 인수가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화컨소시엄의 대생 인수가격은 주당 2275원이었다. 따라서 오릭스는 대생 주식 매각으로 4년반 만에 두 배 이상의 차익을 챙기게 된다. 대생을 인수할 당시 보험업 경험도 없고 자금사정도 넉넉하지 않았던 한화는 오스트레일리아 매쿼리와 일본 오릭스가 파트너임을 내세워 인수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전 지분을 한화에 일찌감치 넘긴 매쿼리에 이어 이날 결정으로 두 외국업체는 모두 대생에서 손을 떼게 됐다.
문제는 아직 남은 예금보험공사의 대생 지분이다. 한화그룹은 이날 “국제중재가 해결돼 예보의 지분 16%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한화그룹의 지분은 67%에 이르게 돼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지난해 예보는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한화 컨소시엄 참여업체들 간 이면계약 등을 이유로 대생 인수무효를 요구하는 중재를 신청했고, 한화그룹은 예보와 주당 2275원에 콜 옵션 계약을 맺었다며 맞중재를 낸 상태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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