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부총리 “대통령령에 반영되도록 노력”
주요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막기 위한 한국판 ‘엑손-플로리오법(Exon-Florio Act)’ 도입 방침을 정부가 밝혔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치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정부가 외국 투자자에 더 많은 제한을 두는 내용의 대통령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권 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다.
신문은 “권 부총리가 ‘국회와 협상을 벌일 것이며 우리는 법의 내용을 강화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지만 (국회의) 관심사항이 대통령령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또 “권 부총리가 ‘국가 경제에 중요한’ 산업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한국 언론은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을 거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권 부총리가 인터뷰에서 전자산업이 국가 경제에 중요한 산업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열린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내용의 외국인투자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 위축 우려를 들어 관련 법의 도입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오다가,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을 개정하는 형태로 이 제도를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국회에는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투자 등의 규제에 관한 법률안’(한나라당 이병석 의원), ‘국가안보에 반하는 외국인 투자규제법안’(이상경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제출돼 있다. 엑손-플로리오법이란 미국 의회가 1988년 일본 자본에 의한 미국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도입한 법으로, 대통령이 국가 안보에 대한 위해 여부를 판단해 외국 자본의 투자 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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