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살자고 또 금리인하?…세계경제 독약될라
“연준 추가로 내릴 것” 전망 우세 속
투자자금 아시아로 몰리면 거품 위험”
투자자금 아시아로 몰리면 거품 위험”
‘해결사여, 한 번 더!’
이달 30~31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국제 금융시장이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연준이 지난달에 이어 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를 더 내리더라도 미국 경제의 둔화세를 막기엔 역부족일 뿐 아니라, 달러화 약세를 더욱 부추겨 세계 경제 전체로는 되레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추가 금리 인하로 풀리게 될 돈이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몰리게 되면 이미 과잉 유동성으로 잔뜩 달아오른 이 지역 자산시장의 거품을 더 키울 가능성이 크다.
■ 금융시장, “금리 더 내려야”=금융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를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로 인한 신용 경색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데다가, 지난주 금요일 미국 뉴욕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가 여전히 팽배한 탓이다.
특히 월가에서도 금리 인하를 거의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1일(현지시각) 현재 11월물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가격은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0.25%포인트 더 내릴 가능성을 90%로 반영하고 있다. 또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영하는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말 2005년 9월 이후 최저치인 3.7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 주에 발표될 9월 기존 주택 판매와 신규 주택 판매 실적도 극히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이외에는 지금의 경기 후퇴 가능성을 치유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아시아, 희생양 될 수도=하지만 금리 인하로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안정세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란 지적이 높다. 무엇보다 금리 인하가 달러화 가치 하락세를 더욱 부추길 공산이 크다. 유로·엔·파운드 등 6개국 통화 가치에 가중치를 부여해 구한 달러화 환율은 올 초에 견줘 9.5%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금리 인하는 달러 약세를 가속화시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2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87.56달러에 거래됐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기 이전인 지난달 초에 견주면 30% 가까이 급등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자칫 아시아 신흥시장이 미국 금리 인하의 애꿎은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금리 인하로 풀리게 될 자금이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미국보다는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등 신흥시장으로 몰려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잉 유동성을 줄이는 게 세계적인 과제인데, 미국이 혼자 힘들다고 금리를 계속 내리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치유책은 미룬 채 임기응변식 대응만 되풀이한다면 자칫 아시아 시장의 거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러 약세가 뚜렷해지면서 세계 투자자금이 미국을 떠나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재무성 통계를 보면, 지난 8월 한달 동안 미국을 뺀 외국 투자자들은 채권과 증권을 포함한 미국의 장·단기 금융상품을 1630억달러나 순매도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각) 한 연설에서 “지속적인 달러 약세는 미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의 매력이 감소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라 말했다. 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같은 날 국제통화기금 연차총회에서 “세계 금융시장의 다음 핵폭탄은 갈수록 많은 돈이 유입되는 신흥시장의 거품 붕괴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우성 양선아 기자 morgen@hani.co.kr
실제로 달러 약세가 뚜렷해지면서 세계 투자자금이 미국을 떠나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재무성 통계를 보면, 지난 8월 한달 동안 미국을 뺀 외국 투자자들은 채권과 증권을 포함한 미국의 장·단기 금융상품을 1630억달러나 순매도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각) 한 연설에서 “지속적인 달러 약세는 미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의 매력이 감소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라 말했다. 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같은 날 국제통화기금 연차총회에서 “세계 금융시장의 다음 핵폭탄은 갈수록 많은 돈이 유입되는 신흥시장의 거품 붕괴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우성 양선아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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