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불이행 급증…공정위 ‘표준약관’ 마련
부산에 사는 박아무개씨는 한 상조업체에 가입해 월 1만5천원씩 2년반간 납입하던 중 장인상을 당했다. 하지만 상조업체는 애초 약정한 관, 수의, 염, 리무진 서비스 등 10가지 물품 및 서비스 가운데 3가지만 이행하겠다고 통보했고, 이를 이유로 박씨가 계약해지를 요구한 것도 거절했다. 앞으로는 박씨와 같은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의무불이행에 대한 별도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해마다 급증하는 상조서비스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상조서비스 표준약관’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표준약관에 따르면, 납입금을 1회 이상 낸 가입자들은 약관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 약관 및 회원증서를 교부받지 못했을 땐 계약일로부터 석달 이내 계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 요청을 받은 업체는 영업일수 기준으로 사흘 이내 납입금을 반환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납입금에 연 24%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했다. 또 회원이 도중에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해약을 신청할 수 있는데 회사는 접수 뒤 10일 이내 일정 해약환급금을 돌려줘야 한다. 이밖에 회사의 상조서비스 제공지역을 약관에 명시하고 사업지역을 변경해 서비스를 못받게 된 회원에 대해선 납입금에 이자 연 6%를 가산해 반환하도록 했다.
2006년 말 기준 전국의 상조서비스 업체는 260여곳이며 회원수는 160만~300만명으로 추산된다. 공정위는 전체 장례식의 15%를 이런 업체들이 담당하고 있으며, 고령화사회 진전으로 해마다 10만명이 신규로 가입중이라 밝혔다.
하지만 아직 납입금 보호, 상조서비스 이행보증을 강제할 제도는 없는 형편이다. 윤정혜 소비자본부장은 “내년 할부거래법 개정을 통해 제도적 문제를 보완하겠다”며 가입시 △표준약관 사용여부 △업체의 신뢰성·재무건전성 △납입금 보호장치가 있는지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볼 것을 당부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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