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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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개인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가입자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해지자 개인정보까지 동원되고 있다.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병무 하나로텔레콤 사장이 지난 16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 말이다. 그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피해를 당한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은 해지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삭제하지 않고 마케팅에 활용한 혐의로 최근 서초케이블방송과 전 고객센터장 등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정보통신부도 하나로텔레콤을 개인정보 불법 이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하나로텔레콤은 그동안 고객 개인정보 불법 이용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실적에 눈 먼 일부 대리점이 저지른 일이지, 회사가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발을 빼왔다.
통신업체 쪽에서 보면 이용자 개인정보는 매력적인 돈벌이 재료가 될 수 있다. 새 상품을 권하는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고, 도망 간 고객을 다시 데려오는 데도 쓸 수 있다. 이용료를 낼테니 고객 개인정보를 빌려 달라고 하는 요구도 많다. 이런 유혹에 빠져 케이티(KT)는 고객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도 없이 다른 업체에 돈 받고 빌려주다 수사의뢰를 당한 바 있고,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은 고객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에 넘긴 게 무더기로 들통나 지금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조사를 받고 있다. 통신업체 사장이 “관행”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여러 곳으로부터 고발을 당했으니 조사를 거쳐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티와 엘지데이콤 역시 고객 개인정보 불법 유출 혐의로 사이버수사대의 조사도 받고 있다. 개인정보 불법 이용은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정보사회에서는 중대 범죄로 취급돼야 한다. 개인정보 침해 관행을 차단해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철저한 조사와 엄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책 당국 역시 통신업체들의 고객 개인정보 불법 이용이 관행처럼 되도록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한다. 통신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은 정보통신부가 맡아 왔다. 고객 개인정보는 어떤 절차를 거쳐 수집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주고, 지침대로 하는지를 살펴 왔다. 정보통신산업 육성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 정통부가 산업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도 비칠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정통부는 기술을 알고 통신업체들을 제어할 수 있어야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펼 수 있다며 일축했다.
아니나 다를까. 개인정보는 ‘전기철조망’을 쳐서 보호해야 하는데 정통부 정책은 ‘목책’에 가깝다는 지적이 일었다. 닿으면 죽을 정도의 통증을 느끼도록 해 넘어갈 엄두를 못 내도록 해야 하는데, 닿는 것은 물론 넘어갔다 와도 괜찮은 경우가 반복되면서 개인정보 침해가 관행화했다는 것이다. 인수위가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을 보면, 정보보호 기능은 행정안전부로 가게 돼 있다. 정통부는 정보보호 기능을 ‘방송통신위원회’로 가져가야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국회 처리 과정에서 수정되도록 애쓰고 있다.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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