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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7년전 신세기 합병논리 다르고 7년후 하나로 인수논리 다르다?

등록 2008-02-04 19:22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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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

공정거래위원회가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신세기통신 합병의 인가 여부를 결정하기 하루 전, 위원장을 포함한 공정위 간부 셋이 한겨레신문사를 찾아왔다. 그들은 “〈한겨레〉가 에스케이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 결과를 가장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며 “〈한겨레〉에는 미리 배경을 설명해야 덜 맞을 것 같아서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당시 공정위 간부들의 설명은 간단했다. 이동통신 시장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에스케이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는 게 1·2위 사업자가 합치는 것이라 인가하기 어렵지만, 유·무선 통신의 통합 흐름에 따라 유선과 무선 통신시장을 합쳐놓고 보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인가를 해주기로 결정했으니 더이상 딴죽 걸지 말라는 메시지로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꽤 먼 앞까지 내다보고 결정했네요”라고 농담을 건네자 “우리도 공부 많이 한다”고 역시 농담으로 응수했다.

헤어질 때쯤 에스케이텔레콤이 에스케이텔레텍이란 자회사를 만들어 단말기를 만들고 있는 사실을 거론하며 “에스케이텔레콤이 휴대전화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단말기 시장까지 지배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미처 살피지 못했다”며 바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검토를 지시했다. 다음날 공정위는 에스케이텔레텍 단말기를 월 10만대씩 연간 120만대 이상 구입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아 에스케이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을 인가하기로 결정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신세기통신을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60% 가까이로 높였다. 당연히 ‘특혜’ 논란이 일었지만 크게 번지지는 못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압력을 받아 합병한 것”이라고 되레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공정위가 이번에는 에스케이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인가할 것인지를 심의하고 있다. 들리는 얘기로는 유선과 무선 시장을 하나로 볼 것인가, 아니면 따로 볼 것인가가 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 잣대라고 한다. 유선과 무선을 단일 시장으로 보면 에스케이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는 데 따른 경쟁제한성이 높아져 인가를 내줄 수 없거나 무거운 인가 조건을 달 수밖에 없고, 다른 시장으로 보면 인가가 쉽단다. 참고로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이고, 하나로텔레콤은 유선통신 시장의 2위 사업자다.

공정위와 에스케이텔레콤 모두 이상하게 꼬인 상황에 처하게 됐다. 공정위가 에스케이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인가하기 위해서는 7년 전의 논리를 묵살해야 한다. 에스케이텔레콤 역시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대한 인가를 쉽게 받으려면 7년 전에 써먹었던 논리를 뒤집어야 한다. 7년 전에는 유선과 무선의 통합 흐름을 내세워 신세기통신 합병 인가를 받았으나, 이번에는 유선과 무선이 다른 시장이란 논리를 펴야 무거운 인가조건을 피할 수 있다.


물론 이게 인가 여부를 좌우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7년 전에는 공정위가 인가 여부를 결정했으나, 지금은 정통부가 결정하고 공정위는 의견을 내는 데 불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인가 불가 내지 무거운 인가 조건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는데, 정보통신부가 이를 묵살하고 가벼운 인가 조건을 달아 인가를 내줄 수는 없다. 케이티(KT)와 엘지(LG) 계열 통신업체들이 일제히 지켜보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공정위와 에스케이텔레콤이 각각 어떤 논리를 동원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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