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위 20% 계층의 1인당 연간 소득 추이
도시근로가구 지난해 5.44배…참여정부 때 더욱 크게 벌어져
지난해 우리나라 도시근로자 가구의 상·하위 소득계층간 격차가 1999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07년 가계수지 동향’ 자료를 보면, 전국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은 5.44로 2006년의 5.38보다 더 높아졌다. 이는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하위 20% 계층보다 5.44배 많았다는 것으로, 외환위기 충격에 따라 99년 5.49를 기록한 것 말고는 63년부터 통계를 낸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참여정부 집권 기간에 비정규직 확대 등의 영향으로 근로소득 격차가 더욱 심하게 벌어졌다. 참여정부 집권 전해인 2002년 4.72였던 근로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5.27로 올라갔다. 이는 지난 5년 사이 상·하위 20% 계층 사이의 평균 근로소득 격차가 11.7%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전체 소득에서 세금이나 연금·사회보험비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 배율도 2002년 4.99에서 2007년엔 5.05로 높아졌다.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는 “처분가능소득으로는 참여정부 출범 뒤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소득 양극화로 선진국 수준의 소득을 누리는 계층과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계층이 나란히 존재하는 구조가 점차 굳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위 20% 계층의 가구의 평균 월소득 132만9307원을 평균 가구원수(2.87명)로 나눠 연평균 원-달러 환율(929.20원)을 적용해 보니, 이 계층의 연간 1인당 소득은 5982달러에 그쳤다. 반면, 상위 20% 계층의 가구 평균 월소득은 723만4415원(평균 가구원수 3.64명)으로, 1인당 연간 소득이 2만5667달러에 이르렀다. 2006년 세계 각국의 국민소득 통계를 참고하면, 국내 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아프리카 가봉이나 남미 엘살바도르에, 상위 20% 계층의 살림살이는 호주·뉴질랜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는 가운데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하위 20% 계층의 가구당 통신비 지출액이 전체 가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로, 상위 20% 계층(3.6%)에 견줘 두 배를 웃돌았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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