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어디까지 뛸까]
원유 100달러 돌파…글로벌 유동성 곡물·원자재로 이동
한은 “경기둔화 우려 때문에 금리 더 올리기도 힘들어” 국제 원자재 가격과 농산물 값의 급등이라는 ‘쌍끌이 악재’의 위력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배럴당 4.51달러(4.7%)나 올라 100.01달러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중동산 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91.61달러까지 올라 지난달 4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92.29달러)에 바싹 다가섰다. 밀·옥수수·대두 등 주요 농산물의 국제 시세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달마다 15~30%씩 꾸준히 오르고 있다.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 상승은 당장 국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이어 1~4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화년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금융부실로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곡물과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특히 곡물가격 상승은 서민경제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밀가루나 국수·라면 등 국내 관련 중간재와 소비재 가격에 4~7개월 지나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바람에 교통비나 난방비 등 서민 생계비 압박도 계속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임종룡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지금까지 두 차례 내놓은 대책 말고는 정부로서도 딱히 더 내놓을 건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물가 안정의 책임을 지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다.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 때문에 금리를 더 올리기도 힘든 탓이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려고 노력하는 정도”라며 “정부가 물가를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여지가 없다”고 어려움을 실토했다. <한겨레>는 고물가에 따른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깊이 살펴본다. 최우성 안선희 기자 morgen@hani.co.kr
원유 100달러 돌파…글로벌 유동성 곡물·원자재로 이동
한은 “경기둔화 우려 때문에 금리 더 올리기도 힘들어” 국제 원자재 가격과 농산물 값의 급등이라는 ‘쌍끌이 악재’의 위력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배럴당 4.51달러(4.7%)나 올라 100.01달러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중동산 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91.61달러까지 올라 지난달 4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92.29달러)에 바싹 다가섰다. 밀·옥수수·대두 등 주요 농산물의 국제 시세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달마다 15~30%씩 꾸준히 오르고 있다.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 상승은 당장 국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이어 1~4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화년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금융부실로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곡물과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특히 곡물가격 상승은 서민경제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밀가루나 국수·라면 등 국내 관련 중간재와 소비재 가격에 4~7개월 지나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바람에 교통비나 난방비 등 서민 생계비 압박도 계속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임종룡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지금까지 두 차례 내놓은 대책 말고는 정부로서도 딱히 더 내놓을 건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물가 안정의 책임을 지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다.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 때문에 금리를 더 올리기도 힘든 탓이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려고 노력하는 정도”라며 “정부가 물가를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여지가 없다”고 어려움을 실토했다. <한겨레>는 고물가에 따른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깊이 살펴본다. 최우성 안선희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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