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가 한화건설에 대한생명 사준 꼴
계열사의 주식매입은 제재없는 규정 악용
“지주회사 적용 ‘지배요건’으로 규정해야”
계열사의 주식매입은 제재없는 규정 악용
“지주회사 적용 ‘지배요건’으로 규정해야”
새 정부가 금산분리·지주회사법의 변경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지주회사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개혁연대는 18일 “㈜한화가 지난해 말 한화건설에 대한생명 지분을 넘기면서 인수자금을 사실상 대줬다”며 “규제받지 않는 ‘사실상 지주회사’를 양산하는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에서 지주회사의 ‘주된 사업 요건’ 가운데 하나는 지주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가 총자산의 50% 이상인 경우이다. 문제는 ‘계열회사’가 아니라 ‘자회사’라는 규정에 있다. 지난해 11월 시행령 개정에 따라 어느 회사가 주식 소유로 사실상 다른 회사를 지배하더라도 △지배주주 및 그 친족이 최다 출자자거나 △자회사나 손자회사 등 다른 계열사가 최다 출자자인 경우엔 자회사에 포함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사업연도 종료직전인 지난해 12월26일 ㈜한화는 보유하고 있던 대한생명 주식 중 5.35%를 한화건설에 매각했다. 원래는 ㈜한화가 26.3%로 대생의 최대주주였지만 이 거래로 한화건설이 28.95%로 최대주주가 됐다. 한화건설은 ㈜한화의 100% 자회사다. ㈜한화의 계열사 주식가액의 합계는 총자산의 62%에 이르지만, 대한생명의 대주주가 한화건설이 되면서 대한생명 지분이 자회사 규정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당시 한화건설의 유상증자를 전량 ㈜한화가 인수한 뒤, 다시 이 자금이 한화건설의 대한생명 지분 인수에 쓰였다며 “사실상 ㈜한화의 자금으로 인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화 최영조 상무는 “그대로 있으면 금융지주회사 적용을 받아 금산분리법에 의해 비금융 부문을 다 팔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주식가치가 심하게 타격을 받아 주주들의 소송이 잇따랐을 것”이라며 “법이 정해진 범위 안에서 합법적인 경영활동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한화뿐 아니라 계열사 주식가액 합계가 총자산의 50%를 초과하면서도 지주회사 요건을 벗어나 있는 그룹들이 많다며, 지주회사 규정에 ‘주된 사업요건’을 삭제하고 현행보다 강화된 자회사 지분보유 한도를 규정해 ‘지배요건’ 만으로 지주회사를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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