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중 해고 벌칙도 가볍게”
여성단체 “인권·보육이 규제냐” 비판
여성단체 “인권·보육이 규제냐” 비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경제규제 개혁 과제’라며 직장 내 성희롱 처벌 완화, 장애인 채용 의무 완화 등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노동단체 등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인권·모성 보호를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전경련·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는 최근 지식경제부에 낸 경제규제 개혁 과제 267건 가운데 △육아휴직 중 해고 관련 벌칙 규정 완화 △직장 보육시설 설치 의무 완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벌칙 규정 완화 등 여성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차별 방지에 필수적인 제도를 흔드는 요구들을 포함시킨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경제 5단체는 또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한 완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산업안전 규제 완화 등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협하는 사안들도 규제 개혁 과제로 꼽아 관련 법규 개정을 요구했다. 전체 267건 가운데 고용(33건)이나 산업안전(43건) 등 노동 관련 사안이 76건(28%)이나 됐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경제 5단체는 ‘정규직 사용, 장애인 고용, 산업안전, 차별 금지, 여성 고용’이 오히려 기업 활동에 규제가 된다고 주장한다”며 “노동 착취를 통해 경영하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경제단체들의 주장을 따르면 노동조건 악화와 고용 불안 심화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 벌칙 규정 완화’를 제안한 경총의 임원은 “직장 내 성희롱이나 육아휴직 중 해고에 대한 현행 벌칙이 과도하다는 회원사들의 요구가 많았다”며 “결코 처벌에서 빼달라거나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규제 개혁 과제 267건을 국무총리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등과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노동부 고위 간부는 “경제단체들이 문제삼은 사안들은 과태료 등으로 처벌을 완화하고 있다”며 “다만 해고 관련 사안은 엄격히 다룬다”고 말했다. 최원형 최우성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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