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주의 사로잡혀…비판 무시 강박관념”
“글로벌 기업 걸맞게 개방적 소통 깨우쳐야”
“글로벌 기업 걸맞게 개방적 소통 깨우쳐야”
삼성그룹이 지난 22일 이건희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쇄신안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이른바 ‘삼성식’ 커뮤니케이션(사회와의 의사소통)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마다 삼성이 보여준 모습은 1등주의와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삼성 기업문화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삼성은 지금껏 자신들에 긍정적인 소식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련되게 포장해 강조하면서, 정작 불리한 내용은 무시하거나 극히 소수의 삐뚤어진 목소리인양 몰고가는 모습을 되풀이해왔다”며, “이런 태도에는 결국엔 뭐든지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한 교수는 “완벽주의라는 기업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장점은 드러내고 약점은 무조건 가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았나 싶다”며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소통방식부터 깨우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데서 잘 드러나듯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는 아예 처음부터 차단하고, 외부의 비판적 목소리는 적극적으로 부인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1995년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이 터졌을 때나 지난해 10월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이 나왔을 때도, 삼성은 처음엔 ‘완전 무시’ 전략을 보이다가, 얼마 뒤 ‘적극 부인’ 전략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2006년 2월엔 대국민 사과를, 지난 22일엔 쇄신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번 쇄신안 발표를 계기로 삼성은 기존 커뮤니케이션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 계열사 출신의 한 컨설턴트는 “왜 사회공헌 활동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면서 그 이유로 ‘외부의 질시’를 꼽은 삼성 내부 문건을 본 적이 있다”며, “이는 자기는 잘났는데 다른 사람들이 질시를 하니까 문제라는 식의 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객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기업 전략은 거기에 맞춰가는 변수로 취급하는 게 최근 글로벌기업들의 경영 패러다임이니만큼, 삼성으로선 기존 사고방식을 시급히 벗어던지는 게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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