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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날아라, ‘코스닭’

등록 2008-05-25 21:21

휴대폰 완성업체와 부품업체 주가 방향성
휴대폰 완성업체와 부품업체 주가 방향성
650선서 게걸음…횡령사고 등으로 투자자 시선 불안
IT 부품업체 대기업 종속 눈물…조선기자재는 ‘꿋꿋’
한광덕 기자의 투자 길라잡이/

코스닥이 50일째 닭장에 갇혀있다. 올들어 150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지금 1800을 회복했지만 코스닥은 700선을 내준 뒤 아직까지 650을 축으로 게걸음만 치고 있다. 지수 상승률이든 하락률이든 ‘세계 최고’ 아니면 명함을 내밀지 않았던 코스닥이 왜 이렇게 힘이 빠져버렸을까?

■ 코스닥의 영욕과 잔상

1996년 7월 단촐한 가족으로 문을 연 코스닥 시장은 인터넷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꿈을 먹으며 새천년을 향해 무섭게 돌진해나갔다. 시세표에 취급도 안해주던 언론들이 뒤늦게 ‘코스닭을 아시나요’라는 문구를 신문 마케팅 카피로 삼을 정도였다. 100으로 출발한 코스닥 지수는 마침내 새천년 3월 10일 사상 최고치인 283.4(현재 지수 기준으론 2834)를 찍었다. 그리곤 바로 낭떠러지였다. 그해 연말 지수는 80% 폭락한 53이었고 곡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닷컴 거품론의 역풍은 2004년 8월 32.5를 보고서야 잦아들었다. 최고점 대비 열토막이 난 것이다. 이러다가 코스닥이 땅으로 꺼지며 0이 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 속에 2004년부터 0을 하나 더 붙여주는 기준지수 인플레 작업으로 다시 세자릿수가 됐다.

벤처 거품의 후유증를 딛고 제법 실력있는 새 얼굴들이 코스닥의 스타주로 자리잡고 있지만 아직도 투자자들의 시선은 불안하다. 툭하면 횡령 사고가 터지는데다 하이에나들의 사냥터란 잔상이 지워지지 않는 탓이다.

■ 진정한 기술주의 탄생을 위해


코스닥의 정체성은 재벌 계열사나 사교육업체가 아니라 정보기술 벤처에 있다. 하지만 지금 코스닥에서 제2의 휴맥스나 레인콤을 찾아보기 힘들다. 컴퓨터, 휴대폰, 디지털 티브이, 컨텐츠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으로 국내외 공룡과 경쟁하던 벤처기업들이 자본의 열세로 끝내 분루를 삼켰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코스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티 기업 대부분이 장비·부품주다. 반도체 장비, 엘시디 부품, 휴대폰 부품, 통신 장비 업체들로 삼성과 엘지에 사실상 수직 계열화한 납품업체다.

한광덕 기자의 투자 길라잡이 /
한광덕 기자의 투자 길라잡이 /
코스닥 기술주들의 사업보고서를 읽다보면 예외없이 마주치는 게 ‘단일품목과 매출처 편중’에 대한 투자위험이다. 글로벌 메이커들은 상황이 여의치않다 싶으면 원가 절감을 위해 부품업체들에게 단가 인하를 압박한다. 협상력이 취약한 부품업체는 ‘갑’의 일방적인 가격 결정권에 당할 수밖에 없다. 전방산업의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을 후방 업체가 고스란히 덤터기 쓰는 셈이다. 삼성과 엘지전자의 휴대폰 부문 실적 호전 뉴스를 접하고 휴대폰 부품주들의 1분기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영업이익 증감을 보니 6대4로 혼조세였다. 삼성과 엘지의 함박웃음은 부품업체들의 눈물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부품업체는 감히 대기업 경쟁사에 교차 납품을 하기 힘들어 종속성은 깊어지고 있다.

소외된 부품주 주가가 살아나야 코스닥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굴뚝 산업이지만 부품주로 볼 수 있는 조선기자재 코스닥 3인방에 그 길이 엿보인다. 이들도 전방산업의 영향을 비켜갈순 없지만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태웅은 세계 최대 풍력발전회사인 덴마크의 베스타스를 비롯해 지이, 현대중공업 등 매출처가 세계로 분산돼 있다. 진정한 기술주와 코스닥의 부활을 위해선 전·후방 먹이사슬과 등고선을 다시 그리는 산업 지형도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새 정부의 친재벌 토양이다.

한광덕 기자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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