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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라이공업 야마다 회장이 말하는 ‘유토피아 경영’

등록 2008-06-19 19:18수정 2008-06-19 19:59

미라이공업 야마다 회장이 말하는 ‘유토피아 경영’
미라이공업 야마다 회장이 말하는 ‘유토피아 경영’
경영자 할 고민은 ‘어떻게 직원 감동시킬까’가 전부
“바보 직원도 생각 많이 하게 만들면 플러스 결과”
“똑같은 일 하고 월급 절반 받으면 신나서 일 못해”
“비정규직 쓰는건 돈 못버는 지름길”

“돈 벌고 싶으면 비정규직부터 없애라.”

올해 나이 일흔일곱, 머지않아 여든을 바라보는 노 경영자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흔히 ‘샐러리맨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라이공업의 야마다 아키오 창업자가 한국을 방문해 던진 말이다. 몇 년 전 뇌경색을 앓아 손놀림도 불편한데다 몸에 심장박동기까지 달고 다니는 그는 19일 <한겨레>와 만나 1시간 남짓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고 얘기보따리를 마구 풀어냈다. 앞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최한 행사에서 3시간 동안 강연과 질의응답을 했음에도 피곤한 기색이라곤 찾기 힘들었다.

“몇년 전 일본의 대기업 한 곳에서 납품한 원자력발전소 터빈의 날개가 부러진 적이 있었어요. 방사능이 샜다면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뻔한 사고였죠. 그 회사는 아마 일본에서 박사급 연구원이 가장 많은 회사일 거에요. 그런데도 왜 불량품이 나왔을까요?”

스스로 질문을 던진 그는 대뜸 비정규직 문제를 답으로 제시했다.

“90년대 10년간의 불황기 동안 그 회사에서 정리해고된 사람이 2만명입니다. 그 자리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채웠죠. 똑같은 일을 하고도 월급은 절반, 보너스는 10분의 1만 받는데, 어떻게 신이 나서 일할 수 있겠어요? 비용 아끼겠다고 비정규직 쓰는 건 결국 회사가 돈 못버는 지름길이죠.”

야마다 창업자는 유독 ‘남과 다른 길’이란 얘기를 많이 했다. “똑같은 짓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다른 회사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은 금방 모방제품 나오잖아요.” 대기업이 버티고 있던 전기제품 시장을 햇병아리 중소기업 미라이공업이 빼앗을 수 있던 열쇠도, 그의 말대로 “천장은 흰색인데, 왜 전깃줄은 옛부터 온통 회색일까”라는 다른 생각에서 비롯됐다. 미라이공업이 내놓은 ‘흰색’ 전깃줄은 이내 시장을 장악했다.


모든 건 사람의 생각에서 출발한다는 그에게 물어봤다.

-직원을 뽑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

“없다. 아무나 뽑는다. 우리 직원은 다 바보, 멍청이들이다.”

-바보라고? 아무나 뽑나? 사람 잘못 뽑아 손해볼 수도 있는데?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직원들이 생각을 많이 하게끔 만들어주면 결국 플러스 결과가 나온다. 바보들일지언정 한 데 모아 신이 나서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게 진짜 사장 일이지.”

‘똑같은 짓’을 싫어하는 미라이공업의 조직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 하나. 회사가 위치한 나고야시에는 이런 소문이 돌았단다. 미라이공업에 입사하기 위해선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될까?’라는 문제만 풀 줄 알면 된다고. 실제로 야마다 창업자가 그 문제를 내지는 않았다. 이어지는 소문 내용은 이랬다. “분명한 건 ‘물’이라고 답하는 사람은 떨어질 거다.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된다고 답해야지.”

자신의 실험이 자주 ‘유토피아 경영’이라 불리는 데 대해선 야마다 창업자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대기업이라면 조금 다른 처지일 것”이라며 중소기업이기에 가능한 일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의 생각은 뚜렷했다.

미라이공업은 굳이 매출을 올리고자 수출에 나서지는 않는다. 일본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수출 실적 0’인 회사답게 그의 명함 뒷편엔 그 흔한 영어식 표기가 없다. 그 대신, 그의 명함 뒷편은 ‘요약 재무제표’다. 영어식 표기가 꿰차고 앉을 그 자리엔 특이하게도 회사의 지난해 실적을 나타내는 각종 수치가 빼곡히 적혀있다.

미라이공업 사무실 곳곳엔 몇 미터 간격으로 ‘항상 생각하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어떻게 하면 직원이 감동받을까 그거 하나만 생각하세요. 경영자가 할 일은 그게 전부에요. 생각 자체엔 노하우가 있을 수 없어요. 끝없이 생각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리더십이죠. 사실은 그래야 진짜 돈도 잘 벌 수 있죠.”

한국의 경영자들에게 한마디 충고를 들려달라는 얘기에 그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다. 명함에 경영실적을 박고 다니는 그의 튀는 행동에선, 아마도 자신의 실험이 유토피아 경영으로 치부되기보다는 성적으로 증명해 보여주겠다는 자존심이 진하게 묻어나는 듯하다.

글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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