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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고용 감소·실질임금 하락…“경기 후퇴 직전”

등록 2008-07-07 19:19

7월3일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거래자들이 선물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석유 가격은 배럴당 146달러에 근접했다.  AP연합
7월3일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거래자들이 선물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석유 가격은 배럴당 146달러에 근접했다. AP연합
6개월째 일자리 줄어 실업률 ‘빨간불’
인플레 탓에 금리인하 부양책 힘들어
전문가들 “11월께 경기후퇴 시작될 것”
휘청이는 미국경제

미국 소비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일자리 감소와 인플레이션, 실질임금 하락, 자산가치의 폭락이 미국인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미 경제의 성장동력인 소비시장을 더욱 깊은 늪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와 달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전망이다.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소비시장 침체는 미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세계경제에도 커다란 악재다.

세계 최대 항공사인 미국의 아메리카에어라인은 지난 2일 900명의 승무원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항공사의 승무원 1만9천 명의 4.7%이다. 아메리카에어라인 대변인 팀 바그너는 “치솟는 유가와 악화하는 미국 경제, 항공산업의 설비과잉이란 예상치 못한 도전에 직면한 우리는 (이런 결정이) 어렵지만, 필요한 조처”라고 말했다.

다음 날 미국 노동통계국은 6월 한달 동안 6만2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6개월 째 일자리 감소세가 계속된 셈이다. 5.5%의 실업률을 기록한 미국 경제는 올해 들어서 43만8천개의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가 총 850만 명으로 늘어났다. 경기 후퇴의 가장 중요한 가늠자인 실업률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4일 “1990~1991년과 2001년, 지난 두 번의 경기후퇴기가 고용율이 하락하는 바로 그 달에 시작됐다”며 “지난 50년동안 6개월 내리 일자리가 줄어든 때는 궁극적으로 경제가 경기후퇴기임이 밝혀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또한 경기후퇴기로 기록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사실 6월 실업률 발표를 계기로 미 경제가 경기후퇴기에 진입했다는 데 토를 다는 이는 사라지고 거의 없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이 나서 “우리가 저성장의 기간에 있는 건 의심할 수 없다”고 밝혔을 정도다.

고용 지표인 실업률 상승에 온통 관심을 쏟는 까닭은 세계 소비시장의 엔진이자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부문 때문이다. 소비 부문의 악화는 주택시장 붕괴에서 촉발된 신용경색 때문에 절뚝거리던 미국 경제의 침체가 본격적으로 실물경제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치솟는 물가와 그와 반대로 움직이는 실질임금은 미국인들의 구매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갤런(약 3.8ℓ)당 4.1달러로 1년 전에 비해 약 40% 뛰면서, 4%에 이르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견인했다. 같은 기간 노동자들이 손에 쥔 임금은 주급 기준으로 2.9% 늘었지만,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해 실질임금은 되레 하락한 꼴이 됐다. 민간 경기예측 기관인 컨퍼런스보드의 6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16년만에 최저치인 50.4로, 지난 여섯 달 동안 40포인트가 증발했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이하이면 ‘부정적’이다.

소비자의 보유 자산 가치의 하락도 소비 침체와 경기불황을 부추기고 있다. 주택가격은 1년 사이 라스베이거스와 마이애미에서 27% 하락하는 등 전국 평균 16% 안팎으로 폭락했다. 16년만에 최저 수준인 증시의 시가총액도 지난해 10월 이후 20%가 사라졌다. 언론과 경제전문가들은 그동안 꺼렸던 ‘약세장’ 진입이란 말을 지난 주부터는 거리낌 없이 쓰기 시작했다.

미 정부가 나서 식어가는 소비엔진을 다시 가열하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부시 행정부가 1070억 달러의 세금 환급액 중 이미 860억 달러를 가계에 환급해줬지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실업률은) 재정적 자극인 세금 환급을 통해 미 경제 전반을 다시 부양하려는 노력이 실패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과거 경기를 살리려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이미 금리를 낮출대로 낮춘 상황에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데다 인플레이션 탓에 되레 금리를 올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실물경제의 침체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미 연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최근 “경기후퇴 직전에 와있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가 더 깊숙히 진행된다는 경고다. 하반기 실업률도 6%에 이르는 등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나이젤 골트와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쉬퍼드손은 “대선(11월)에 때맞춰 경기후퇴가 시작될 것”이라며 “그 때쯤 월별 일자리 감소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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