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증권사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전망
반도체 부진 이어 LCD 영업이익 반토막 예상
‘자사주 매입 중단’ 투자로 이어질지 최대 관심
‘자사주 매입 중단’ 투자로 이어질지 최대 관심
최근 한 증권사는 삼성전자에 관한 보고서에서 ‘총체적 난국’이란 표현을 썼다. 반도체 실적 부진은 이전부터 예고됐지만, 엘시디·휴대전화 등 삼성전자의 다른 ‘캐시카우’까지 줄줄이 3분기 실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이 안될지도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4일엔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지난 6년간 매해 실시했던 자사주 매입 여부를 올해 신중하게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왔고, 전날 삼성그룹 사장단협의회에선 현금흐름 점검이 이슈가 됐다.
일단 3분기 실적 전망은 어둡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문은 엘시디다. 지난 1·2분기 연속 1조원을 넘어섰던 엘시디 부문의 영업이익은 3분기엔 반토막도 안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트업체들의 재고 조정과 패널업체들의 공격적인 물량 처분 등으로 3분기 들어 패널 가격이 20% 가량 급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내년 상반기엔 삼성전자의 8-2라인, 샤프의 10세대, 엘지디스플레이의 8세대 라인 등에서 신규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반도체는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이 3분기 들어 전분기 대비 20% 이상 곤두박질쳤다. 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는 3분기에 디램 제조업체 가운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만 흑자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낸드플래시의 가격하락이 속수무책이다. 휴대전화는 올림픽 마케팅 비용을 대거 써버린 것이 부담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금보유도 6조가 넘어 문제가 없고 재무적 리스크도 없지만, 삼성전자도 향후 상황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럴수록 적극적인 인수·합병 등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새로운 전략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 중단 검토는 지난 7월 기업실적 발표회 때 예고된 것이긴 했다. 삼성전자는 2002년 이후 매해 1조8천억~3조9천억원의 자사주를 대개 상반기에 매입해 왔는데, 이미 9월로 들어서 현실적으로도 자사주 매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애초 경영계획엔 잡혀 있었지만, 특검과 쇄신안 발표로 급박했던 상반기엔 이런 논의를 할 수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매입은 한쪽에선 비판의 대상이기도 했다. 투자 확대보다 주주들의 이익만을 위한다거나 오너의 경영권 안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 중단이 투자로 이어질 것이냐는 점도 관심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특검 시작 이후 예상됐던 엘시디 10세대 라인 투자 등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전처럼 위에서 보고나 결재를 전혀 받지 않은 상황이라 각 계열사 사장들이 모두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고 현 상황을 표현했다.
그만큼 책임이 무거운 만큼 투자나 인수·합병 같은 큰 사안에 쉽게 나서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은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상황에서 새 수장들이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자신의 리더십을 찾아 독립경영체제를 안착시키느냐에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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