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마저 은행지주회사로 전환
“금융시장 안정화”…75년만에 상업-투자은행 결합
“금융시장 안정화”…75년만에 상업-투자은행 결합
“대공황 이후 월가에서 가장 큰 구조적 변화!”
<에이피>(AP) 통신이 22일 미국 5대 투자은행 가운데 월가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해 상업은행 업무를 취급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규정한 의미이다. 지난 3월 사실상 파산한 베어스턴스가 제이피모건체이스에 인수된 데 이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메릴린치 인수에 이어 나온 이번 조처는 ‘월가’의 상징이었던 순수(독립) 투자은행의 사망선고를 의미한다. 1980년대 이후 세계를 풍미했던 미국식 첨단 금융자본주의 상징의 균열이라 할 만하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현대 월가 대들보 모델 가운데 하나의 근본적 변화”라고 보도했다.
두 순수 투자은행이 문을 닫게 된 것은 세계 금융시장에 두 가지 커다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바로 정부 규제 확대와 금융시장의 안정성 강화 흐름이다.
일반은행들과 달리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엄격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 감독과 규제 대신, 상대적으로 덜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받아왔다. 이제 두 은행은 은행지주회사가 되면서 연준의 감독 아래 놓인다. <에이피> 통신은 “두 은행의 지점들은 앞으로 상업은행들이 충족해야 하는 훨씬 엄격한 규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 예·적금 등을 함께 취급하는 탓에 고객보호가 더욱 강화된다.
투자은행들은 ‘레버리지’(지렛대) 효과 극대화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 파산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는 부채 대 자산 비율이 30 대 1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금융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점증하는 비밀투자에 더 큰 위험을 감수해 왔다”고 전했다.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부채 대 자산 비율이 11 대 1인 점에 비춰 보면, 투자은행들이 빚으로 덩치를 키우는 데 열중해 왔다는 게 쉽게 입증된다.
이번 사태는 차입에 의존한 금융사의 몸집 불리기가 이제는 통용되기 어렵다는 교훈이 될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모델인 투자은행이 보험을 든 안전한 예금을 지닌 금융기관과 합병을 하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제 월가는 상업은행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두 은행은 상업은행을 토대로 투자은행 업무까지 겸하고 있는 씨티그룹·제이피모건체이스와, 최근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 등과 경쟁해야 한다. 덩치로 보면 골드만삭스는 미국에서 네번째로 큰 은행지주회사가 된다.
1933년 대공황을 겪으면서 미국은 금융시장의 안정화 조처로 ‘글래스-스티걸’ 법안을 제정해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업무를 나눴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이 결합된 모델을 다시 허용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경험하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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