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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개정안 허점투성이] 내년 재산세 올해보다 25%P나 올라
“세부담 줄여 경기 활성화” 명분없어
종부세 세수 줄어 지방재정 악화 뻔해
“세부담 줄여 경기 활성화” 명분없어
종부세 세수 줄어 지방재정 악화 뻔해
정부가 23일 확정발표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은 국민의 세부담을 줄여 경기를 살리겠다는 명분과는 달리 곳곳이 허점투성이다. ‘상위 2%’가 짊어지던 부담은 오히려 재산세를 내는 중산층으로 넘어가게 됐고,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기반은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 만일 감세가 정부 기대대로 국내 소비 증가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경기침체 속에 재정부담만 고스란히 늘어날 가능성마저 피하기 어렵다.
이번 개정안은 한마디로 ‘종부세를 없애고 재산세는 늘린 것’에 가깝다. 정부는 종부세 과세표준 산정방식을 공시가격에서 ‘공정시장가액’(공시가격의 80%)으로 바꾸면서 재산세 부과 때도 이 기준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현행 세법을 따르면, 내년도 주택 재산세 납세자의 납세액은 공시가격의 60%이지만, 이번 개정안에 따라 재산세 과표액은 80%로 높아졌다. 올해 과표 적용률(공시가격의 55%)에 견주면, 바뀐 제도에 따라 산술적으로 올해보다 재산세 부담이 무려 25%포인트나 오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감세 혜택 대상자가 극소수 상위계층에 불과한 종부세 부담은 크게 줄어들고, 정작 내수 진작에 큰 몫을 하는 대다수 중산층의 재산세 부담만 커진 꼴이다.
종부세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지방재정 악화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현재 종부세는 국세로 거두지만 전액 지자체의 예산(부동산 교부세)으로 나눠주고 있다. 부동산 교부세는 재원의 총액만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집행은 지자체가 필요한 곳에 알아서 사용하므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자체일수록 예산 편성에 큰 도움을 줬다.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종부세제 개편으로 지자체에 돌아가는 2조2000억원의 부동산 교부세가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처럼 종부세 감면에 따른 지방세수 감면분을 대다수 국민들이 부담하는 재산세 인상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불합리한 세제의 합리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안이므로 이에 기초한 기존 재원 배분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재산세로 전환하고 재산세의 과세표준 및 세율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세율 인상 등을 통해 별도의 세원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근본적으로 이번 종부세 개정안은 보유세 강화라는 그동안의 정부 정책 뼈대를 완전히 뒤집은 것으로, 과연 실제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심충진 건국대 교수(경영학)는 “부동산 안정을 위해 외국도 보유세가 많고 거래세가 적은데, 이번 개정안은 정반대”라며 “이런 세제에선 부동산을 투기수단으로 삼으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는 가운데, ‘종부세 감소 → 내수 진작 → 경제성장’이라는 정부의 논리는 되레 경기도 살리지 못하고 재정 건전성만 상처 내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높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경기를 진작하더라도 소비성향 높은 저소득층의 세금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며, “전세계적인 금융불안으로 신용경색이 이어지면 사회 안전망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터인데, 지금은 착실하게 세금을 거둬 그 재원을 미리 준비해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우성 정남구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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