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 13일만에…이미 들어온 제품 수두룩
중국 원료 쓴 다른 나라 수입품도 ‘사각지대’
중국 원료 쓴 다른 나라 수입품도 ‘사각지대’
중국서 생산돼 들여온 국내 유명 제과업체 제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유성분이 든 모든 중국산 식품의 수입이 25일 전면 금지됐다. 식품안전 당국은 또 국내에 들여온 관련 제품 모두에 대해 멜라민 검사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안전성 확인 없이 시중에 풀린 제품이 수두룩한데다 유성분의 원산지 표시마저 허술해 ‘사후약방문’에 ‘늑장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날 “중국산 우유·분유는 물론 유당·카세인 등 유성분이 약간이라도 들어간 우유·유가공품 428종 모두에 대해 멜라민 검출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124종 160건을 검사해 멜라민이 검출된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 등 2개 제품은 물론, 같은 분유가 원료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는 ‘미사랑 코코넛’(해태제과식품 수입)과 ‘데니쉬 버터쿠키’(제이앤제이인터내셔널 수입)도 추가로 회수·폐기 명령을 했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유성분이 포함된 모든 중국산 식품의 수입을 일단 중단하기로 했으나, 지난 12일 중국 멜라민 분유 파동이 일어난 지 열흘 남짓 만의 조처여서 ‘안이한 대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나마 수입 중단 대상은 중국산에만 한정돼, 중국산 유성분을 원료로 쓴 다른 나라 원산지 식품들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식약청 수입식품과는 “중국산 유성분을 썼다고 해서 다른 나라 식품의 수입이 모두 금지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대만의 유명 음료회사가 중국산 커피크림을 원료로 쓴 일회용 커피믹스에서 멜라민이 나오는 등 중국발 멜라민 파문이 전세계 식품업계로 번진 상황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제품 주요 성분의 원산지 표시를 보고 ‘알아서’ 주의하기도 어렵다. 농림수산식품부가 고시로 정하는 원산지 표시에 중국산 유성분이 꼭 ‘중국산’으로 표시된다는 법은 없다. 수입처가 자주 바뀔 경우 ‘수입산’으로만 표시해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약청은 해태제과 ‘오트웰’처럼 이번에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과 같은 분유를 쓴 다른 제품들의 내역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태제과는 올해 들어 수입한 중국산 ‘오트웰’ 제품 14만 상자 가운데, 팔리지 않은 약 2만 상자를 자진 회수한다고 이날 밝혔다.
중국산 반제품을 쓴 농심의 ‘쥐머리 새우깡’에 이어 해태제과의 ‘멜라민 과자’ 등이 중국 업체에 주문자 상표 부착(OEM)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으로 드러나는 등 국내 식품업체들의 중국 현지 생산과정에 대한 감독 부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애주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질의에서 “문제의 해태제과는 중국 현지 공장에 상주 직원을 단 한 명도 두지 않았다”며 “중국 현지 공장에 원재료 품질 검사를 하는 전문 인력을 의무적으로 상주시키는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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