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환(34·사진)
‘음반 고사 주범’ ‘새기술 혁신가’ 평가 엇갈려
9년간 소송…최근 엠넷미디어와 보상 합의
“이상만 추구할순 없어…돌아가는 법 배워”
9년간 소송…최근 엠넷미디어와 보상 합의
“이상만 추구할순 없어…돌아가는 법 배워”
한겨레가 만난 CEO / 양정환 소리바다 대표
양정환(34) 소리바다 대표는 엠피3(MP3) 플레이어 사용자에겐 널리 알려진 이름이다. 2000년 5월 인터넷으로 이용자끼리 음악파일을 교환하는 피투피(P2P) 서비스인 소리바다를 선보인 이후 양씨에게 지난 9년은 끝없는 소송의 연속이었다. 지난 9일 소리바다는 국내 최대 음반 제작·유통사인 엠넷미디어와 과거 음원 사용에 대한 보상을 합의하고, 저작권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소리바다를 둘러싼 소송은 한국 디지털 저작권 다툼의 단면도다. 대법원은 지난달 한국 사법 60년사에서 ‘사회를 바꾼 12대 판결’ 중 하나로, 지난해의 ‘소리바다 저작권 침해방조 유죄’ 판결을 꼽을 정도였다. 굴레에서 벗어난 양정환 대표를 지난 23일 양재동 소리바다 사무실에서 만났다.
-소송은 몇 차례나 있었나?
“민형사 소송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 소리바다를 시작할 때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나, 일주일 만에 사용자들이 몰려드는 걸 보면서 직감했다. 개발자로서 기뻤지만 음악 소비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의 냅스터나 그록스터 등과 달리 피투피 창업자가 살아남아 수익모델화한 경우는 유일한데.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다. 4대 음반 메이저의 입김이 센 미국과 달리, 한국은 권리자들이 많아 그들을 각각 설득해내야 하는 고단한 작업이 필요했다.”
-유료화된 피투피는 개인간의 자유로운 교환이란 애초 개념을 버린 것인데.
“피투피라고 해서 꼭 무료여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2001년부터 유료화를 통한 공생 모델을 생각했다. 소리바다로 인해 음반이 덜 팔려 권리자 수익이 줄어들었으면 보상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리바다는 그동안 권리자들에게 25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미국에 이민을 가서 컬럼비아대 전산학과를 나온 뒤 2000년 귀국해 27살 나이에 소리바다를 개발·서비스한 양씨는 음악저작권자들과 누리꾼들로부터 극단적 평가를 받아 왔다. 음반을 사지 않고 도둑질하게 만들어 산업 자체를 고사시킨 주범이라는 평가와 새 기술을 이용해 편리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준 혁신가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양씨는 잇단 민형사 소송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새 시대에 맞는 새 기술’을 주장하며 끝내 합법 판결을 받아내겠다고 고개를 숙이지 않아 온, 인터넷 시대의 대표적 ‘이단아’였다.
-기성사회에 맞서 왔는데, 2006년 코스닥 우회등록이라는 ‘편법’을 써 뜻밖이었다.
“소리바다나 벅스뮤직 등이 공생 모델을 마련할 즈음 대기업들이 뛰어들어 규모 경쟁이 벌어졌다. 벅스도 우회등록하고 우리도 생존을 위한 안정적 자금 확보가 필요해 우회등록을 했다. 직접 상장에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
34살의 젊은 기업 대표에게 20대 때와 달라진 점을 물으니, 스스로 ‘어렸을 때’라고 말한다.
“어렸을 때는 경험이 부족했고, 이상을 추구했다. 지금은 어떤 결과를 얻어내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존심과 이상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어렸을 때는 벽을 깨고 가려 했다면, 지금은 돌아서 목적지에 가는 법을 배웠다.”
양 대표는 향후 계획과 관련해 “음악과 달리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아직 사업모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동영상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고 음악을 이용한 댄스게임 ‘무브업’을 다음달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무브업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보아 등 인기 가수들의 음원을 활용한 게임으로 최근 여성만을 상대로 비공개 테스트를 거쳤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사진 소리바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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