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니콘이미징코리아가 서울 망원동 셀프스튜디오 갤러리솜에서 임신부들을 상대로 연 ‘베이비맘 사진교실’에 참가한 예비엄마들이 아기 돌사진 찍기 실습을 하고 있다.
셀프 스튜디오, 가구제작 목공방, 케이크 제빵실
#서울 망원동의 한 셀프 스튜디오
“아가야, 착하지 여기 봐. 까~꿍”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사진스튜디오 갤러리솜에 15명의 갓난아이 엄마들과 임신부들이 일안렌즈반사식 카메라(DSLR)를 들고 모였다. 니콘카메라가 임산부들을 상대로 여는 사진교실의 실습시간이다. 내년 3월 출산 예정인 이애경(30)씨도 아기와 함께 온 엄마와 함께 실습에 열심히 참여했다. 이씨는 아기가 태어나면 돌사진을 직접 찍어줄 계획으로 최근 카메라를 사고 사진스쿨에 신청했다.
#서울 목동의 한 목공방
주말인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목동아파트단지 옆 건물 지하 목공방에는 목동·고척동 등 인근 지역에서 온 ‘아마추어 목수’들이 식탁과 의자 등 자신만의 가구를 만드느라 땀을 흘렸다. 7년째 이곳에서 목공방 나무풍경을 운영하고 있는 서정재씨는 “인터넷에 디아이와이(DIY) 정보가 많아졌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역 앞 셀프 케이크 전문점
지난 1일 저녁 부천역 인근 나만의미케익에선 여자친구의 생일케이크를 직접 만드는 김진호(21)씨를 비롯해 12명이 알록달록 자신만의 작품을 꾸미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카스텔라와 생크림, 토핑 등 기초재료가 제공돼 고객이 모양을 만들고 장식을 꾸미는 수준이지만, 직접 나만의 케이크를 만들어보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곳 점포의 경우 주말에는 100여팀, 평일에는 30~40여팀이 케이크를 만들어 간다.
사진 스튜디오, 가구 공방, 제빵 실습실 등 일반인을 위한 전문적 작업공간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요리, 퀼트·수예, 화실·서예교실, 녹음스튜디오 등 취미 겸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등장한 ‘전문적 작업장’은 인터넷과 연관성이 높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정보가 유통되면서 장비와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급 아마추어 ‘프로추어’가 많아진 데 따른 현상이다.
스스로 뭔가 만들어보는 것은 힘들지만 재미있다. 최진현 갤러리솜 촬영실장은 “조명과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아기 돌 사진을 직접 찍는 게 힘들지만 두고두고 추억이 될 뜻깊은 가족행사”라며 “즐겁게 놀다가 간다고 생각하면 좋다”고 말했다. 이 스튜디오에는 하루 평균 5~6팀이 찾아 아기 사진을 직접 찍는다.
익힌 기술과 지닌 장비를 활용하면 돈도 절약된다. 이민우(31)씨는 자신의 디지털카메라로 지난달 여동생의 둘째 딸 돌사진을 셀프스튜디오에서 찍어 앨범을 만들었다. 이씨는 “임대비도 싸고, 인형 등 다양한 소품도 많다”며 “전문점에 맡기면 50만원 가량 드는데, 16만원으로 앨범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목공방을 운영하는 서씨는 “공방은 작업공간 제공과 더불어 가구 제작 주문도 받는데, 불경기 때는 주문 제작이 줄고 직접 공방을 찾아 만드는 경우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담긴 정보와 노하우는 전문적 작업의 ‘문턱’을 낮췄고,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만남은 전문적 작업장 개설로 이어졌다. 에스엘알클럽(slrclub.com)이나 디시인사이드(dcinside.com)에서 보듯 카메라 애호가들의 정보 생산과 경험 공유 등은 놀랄 만한 수준이다. 에스엘알클럽의 경우 회원 70만, 하루 페이지뷰 2000만건을 넘긴 국내 최대 사진커뮤니티다. 초보자도 이 커뮤니티에 접속해 축적된 정보를 학습하면, 짧은 기간에 전문가 수준의 사진 관련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
목공도 유사하다. 인터넷으로 디아이와이 가구·철물용품점을 운영하는 ‘철천지’(77g.com)의 경우, 다양한 가구나 인테리어공사의 노하우를 누리집에 올려놓고 실시간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재료와 구입방법·시공사례는 물론 단계별로 상세한 작업공정이 도면과 사진·동영상으로 제공된다. 손재주나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나도 가구 한번 만들어볼까’ 도전하는 게 어렵지 않다. 포털의 블로그에는 주부들이 공개한 다양한 요리의 ‘나만의 비법’이 넘친다. 단계별로 사진을 겸비한 노하우와 도움말은 기존 출판사의 요리책을 능가한다.
삼성경제연구소 마케팅전략실 이동훈 박사는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자신에 대한 투자와 표현 욕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나를 찾고자 하는 성향은 소비를 통해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불황에도 프로추어적 경제활동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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