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 즐기며 동기 유발…운동효과는 ‘글쎄’
균형감각·민첩성·체중 변화 등 알 수있고
요가·유산소 운동 ‘도우미’…동작 평가도
균형감각·민첩성·체중 변화 등 알 수있고
요가·유산소 운동 ‘도우미’…동작 평가도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첫선을 보인 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닌텐도 위 핏’이 이달 초 한국에도 나왔다.
닌텐도의 게임기 ‘위’는 사용자의 몸짓을 인식할 수 있는 동작인식 센서와 리모컨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손가락이 아니라 온몸을 움직여 작동시키는 새로운 게임 장르를 만들어낸 제품이다. 이미 출시된 ‘위 스포츠’는 리모컨을 쥔 채로 테니스나 골프·볼링 등의 스포츠 동작을 실제처럼 따라 해야 돼, 게임을 하다 보면 팔도 뻐근하고 땀도 나게 마련이었다. ‘위 핏’은 요가, 근력운동, 유산소운동, 균형잡기 게임 등 40여 종류의 트레이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피트니스를 게임에 접목시킨 소프트웨어다. ‘위 핏’은 지금까지 1000만대 넘게 팔렸고, 영국 기술전문지 ‘T3’는 지난 10월 ‘위 핏’을 ‘올해의 게임기’로 꼽았다.
‘위 핏’의 특징은 가로 50㎝, 세로 31㎝의 밸런스 보드에 있다. 민감한 무게감지 센서가 달린 밸런스 보드가 그 위에 올라선 사용자의 몸 상태와 동작을 인식한다. 본체와 무선으로 연결돼 있는 밸런스 보드는 동작으로 인한 무게 변화를 무선으로 본체에 전송해서, 수행한 동작의 정확도를 측정해 결과를 보여주고 평가를 해준다.
‘위 핏’을 거실에 설치하고 4일간 가족 4명이 함께 사용해보며, 특징을 체험해봤다. 신기했다. 밸런스 보드 위에 올라서서 중심잡기 테스트를 거치자 ‘밸런스 나이’를 게임기가 알려줬다. ‘아빠 55살, 엄마 36살, 큰아들 32살, 작은아들 33살’이 나왔다. “아들아, 이젠 ‘엄마’ 아니고 ‘누나’라고 불러라~” 엄마는 평소 요가를 해온 덕에 균형감이 발달해 몇 살 적게 나온 것을 뽐냈지만, 남자들은 10~20살 제 나이보다 많게 나와 웃음이 터졌다. ‘위 핏’을 사용하면 거치게 되어 있는 ‘신체 측정’은 몸의 균형감각, 중심의 위치, 민첩도를 알 수 있게 해주고, 미세한 체중의 변화를 날마다 보여준다.
‘위 핏’에는 남녀 2명의 트레이너가 각 프로그램을 안내해주고 사용자의 동작을 평가해 바로잡아 주면서 건강 상식도 알려준다. 운동을 하루 빼먹고 몸무게가 애초 설정한 목표치를 벗어나자 아빠는 트레이너로부터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목표치를 세운 뒤 날마다 자신의 몸상태를 측정하고 운동을 독려하는 도우미 노릇이 기대된다. ‘위 핏’에는 48종의 트레이닝과 게임이 들어 있지만, 운동시간을 늘려야 새 프로그램도 열리도록 돼 있어 훈련을 자극한다.
밸런스 보드와 동작감지 센서를 통해 얼마나 동작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화면을 통해 알 수 있는 게 무엇보다 장점이다. 요가에는 반달, 코브라, 나무 자세 등 15개의 동작이 들어 있고, 근력운동은 팔굽혀펴기, V자 만들기 등 15개로 이뤄져 있다. 수많은 요가 동작 중 매트보다 주로 밸런스 보드를 활용할 수 있는 동작으로 구성됐다는 한계가 있지만, 각 동작이 신체에 어떠한 개선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알려주는 점은 요가를 해온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근력운동도 마찬가지다. 전신 균형잡기나 대각선 비틀기 등이 어떤 근육을 사용하는지를 보여줘, 허릿살을 빼고 복근을 키우려면 뭘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오락실의 ‘디디아르’(DDR) 게임을 연상시키는 ‘댄스 스텝’과 ‘리듬 복싱’은 중학생 아들들이 좋아한 ‘유산소 운동’이었다. 티브이로 보여주는 조깅코스에서 코치와 함께 뛰는 ‘장·단거리 달리기’도 있지만 아파트 거실에서는 부적합했다. ‘스키타기’ ‘외줄타기’ ‘스키점프’ ‘헤딩경기’ 등 밸런스 보드를 이용한 균형게임은 운동 효과는 없지만 아이들이 빠져든 게임이었다.
마라톤과 요가를 수년간 즐겨온 사용자로서 ‘위 핏’을 체험해보니, 운동이나 살빼기 효과를 직접 가져올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보다는 운동을 꺼려온 사람들에게 재미와 게임을 통해 피트니스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픈 동기와 목적을 심어주는 도우미가 될 만하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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